[위기의 건설산업 ③] 부족한 공사비, 이대론 안 된다
[위기의 건설산업 ③] 부족한 공사비, 이대론 안 된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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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공사비 지급 위한 입·낙찰제도 개선 必···중기·대기업 모두 '어렵다' 호소

▲ 건설업계가 입낙찰제도 개선을 통해 적정 공사비를 지급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중소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도 공사비 부족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해 온 '건설산업'이 '적격심사제 낙찰하한율 10% 상향 조정' '기술형 입찰 제도 합리적 개선' 등을 통한 적정 공사비를 지급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건설업계가 올 한 해 동안 SOC 물량 감소과 공사비 부족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지난 5월에는 건설 유관 단체들이 국회 앞에 모여 '적정 공사비를 지급해 달라'는 대국민 호소대회를 열기도 했다.

만성 공사비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된 요인은 크게 ▲예정가격의 지속 하락 ▲공공 발주 낙찰률 하락 등으로 압축된다.

국무총리실 보도자료,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5년간 시설공사 예정가격은 12.2%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4년부터 2018년까지 표준시장단가의 등락률은 –29.6%를 기록했다. 표준품셈의 경우 최대 –25%, 평균 –18%로 나타났다.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55%)을 감안했을 때 표준시장단가는 5.9%, 표준품셈은 6.3% 각각 하락했다.

공공공사 발주 낙찰률도 꾸준히 하락했다. 특히 중소건설업체의 느끼는 실질 낙착률은 더 크게 낮아졌다. 적격심사제의 낙찰하한율이 장기간 고정된 탓이다.

적격심사제 낙찰하한율은 공사규모별 예정가격의 80~87.8%로, 지난 17년간 묶였다. 예정가격 자체가 상당부분 삭감된 상황에서 낙찰률이 고정된 결과, 실질 낙찰률은 10%포인트 안팎으로 낮아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특히 80%로 고정된 100억~300억원 규모의 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돼 해당공종 단가가 20% 획일적으로 삭감되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발생했다. 

대형공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 역시 최저가제 덤핑 수준으로 내려간 것. 이는 저가입찰을 유도하는 다양한 심사기준 때문이라고 건설업계는 꼬집었다. 실제로 종심제 평균낙찰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해 2017년 평균낙찰률은 77.6%에 달했다. 최저가낙찰제 낙찰률인 약 75%에 근접한 수준이다.

부족한 공사비는 턴키나 기술제안 등 기술형 입찰제도에서도 발생했다. 건설업체의 참여 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유찰비율이 해가 폭증한 것이다. 

기술형 입찰제도의 연도별 유찰비율을 보면, 2012년 6.8%에서 2014년 30.6%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16과 2017년 8월까지 53.1%, 52.3%로 나타났다. 발주 공사 2건 중 1건이 외면 받은 셈이다.

일반관리비율과 간접노무비율도 현장과 큰 괴리를 보인 점도 공사비 부족현상을 심화시켰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기가 늘고, 규제가 증가함에 따라 일반관리비는 지속 상승했다. 심지어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공사 일반관리비는 법적상한선인 6%를 초과하기에 이르렀다.

조달청의 제비율 적용기준에 따른 간접노무비율 역시 6.2~11.6%로 나타나 최대 16.3%에 달하는 실제 간접비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건설업계는 공사비 부족 현상으로 건설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력이 부족한 중소업계는 존립 자체가 무너질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팽배해졌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공공공사를 위주로 하던 토목업체 1,119개(30.1%)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토목만 수행하는 중소업체 1,000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6.98%를 기록했다. 특히 적자업체의 비중은 38%에 달했다.

공사비 부족은 내국인 일자리 감소한 반면 저임금외국인의 고용은 늘어나는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사항이다. 더욱이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해 산업재해 빈발하고 시공 품질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커졌다.

과거 공공부문 최저가낙찰제 현장에서는 일반현장 대비 14배 이상의 산재가 발생하는 문제가 일어나자 당시 노동계도 최저가낙찰제 시행을 극렬하게 반대한 점은 이 문제가 건설업체에게만 국한된 점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건설업계는 이러한 부작용 등을 해결할 방안으로 ‘낙찰하한율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중소업체의 경영 악화 등을 고려해 100억~300억 미만의 중소규모 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의 적용 배제를 법제화하거나 해당구간 공사의 표준시장단가 적용공종 입찰가격 평가 제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저가낙찰제 수준으로 낮아진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 역시 최대 90% 수준으로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다. 과도한 덤핑입찰로 인한 시공 품질 저하를 개선하기 위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의 취지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심사기준 개선 방안으로는 ▲덤핑기준 80% 상향 ▲균형가격 산정방식 ▲공종별 단가심사 기준 개선 ▲동점자 처리기준 개선 ▲고난이도 공사 단가심사 실시 등을 제시했다.

기술형입찰제도 역시 합리적 수준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 전환 시 최소 협상가격 산정기준을 종심제 평균낙찰률이 아닌 기술형입찰 평균낙찰률로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발주기관이 물량내역서를 조정할 경우, ‘설계서에 조정사유 명시’를 의무화해 계약금액 조정도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고려사항이다.

이밖에 일반관리비율을 현 6%에서 8%로 현실화하고, 조달청의 간접노무비 지급 기준도 기획재정부 간접노부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