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유명무실한 국고 보조금 업무지침
[기자리뷰] 유명무실한 국고 보조금 업무지침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2.09.2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멀쩡한 국비지원 사업 매뉴얼이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다.

본보가 지난달 보도한 ‘스마트하수처리장 사업…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취재는 국민 혈세를 집행하면서 투명한 절차나 사후관리에 뒷전인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안이한 현 실태를 여과없이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환경부에서 작년 2월 공정하고 효율적인 보조금 사업 진행을 위해 하수도분야 보조금 편성 및 집행관리 실무요령과 공공하수도시설 설치사업 업무지침을 수립, 배포했지만, 정작 현장실무에는 활용이 안됐다.

기존의 하수처리장에 ICT(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하수처리장(공공하수처리시설 지능화) 구축사업은 2020년 4곳, 2021년 6곳, 2022년 7곳 등 총 17곳 지자체에서 환경부로부터 국비 50%를 지원받아 시업이 진행중이거나 발주 예정중이다.

지자체 한 곳당 사업규모는 총 30억원(국비 15억)으로 17곳이면 총 255억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하수도분야 보조금 매뉴얼에서는 사업을 집행할 때 지자체는 기본 및 실시설계, 주무부처와 재원협의 및 인가를 통한 뒤 공사에 들어가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절차인 재원협의를 깡그리 무시했다. 

3년간 17곳 중 아직까지 단 1곳도 재원협의가 없었다면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매뉴얼은 만들어놓고, 지자체의 재원협의 유무는 전혀 신경을 안썻다는 대목이다.

이는 사업타당성, 효율성 등 고려없이 혈세를 내주머니 돈처럼 지자체에 뿌려주는 탁상행정 표본중 하나다.

이렇듯 매뉴얼에 따른 관리감독이 안되는 지자체는 시범사업의 성과 극대화는 관계없이 손쉬운 입찰방식을 채택하고, 준공후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스마트하수처리장은  말 그대로 지능화시스템을 장착하는 정보통신기술이 핵심이기 때문에 가격 보다는 기술력 평가 중심 입찰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국비가 투입되는 순간 관리감독 고삐를 늦추지 말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에서도 투명한 절차가 뒤따라야 정책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환경부에서 보도를 접하고 심각성을 받아들여 뒤늦게라도 지자체 현장실태 점검을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제라도 스마트하수처리장 사업 전반에 대해 꼼꼼히 짚어보고 혈세가 줄줄 새는 일을 막아야 한다. 

/선병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