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라운드제로, 대통령이 사는 그집
[기자수첩] 그라운드제로, 대통령이 사는 그집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2.06.29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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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기자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6월 29일이면 유족들은 502명의 희생자를 추모한다. 27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추모하는 유족들의 마음은 늘 무겁다.

이 자리에서 삼풍유족회 손영수 회장은 “그날의 기억이 없거나 잘 모르는 젊은 분들이 당시 참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관심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눈에 자주 띄어야 하나 위령탑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현장에 있지 않다. 위령탑을 찾으려면 서울 양재시민의 숲 남측구역에서 290m를 더 걸어가야 한다. 실제로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그 자리에는 아크로비스타라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를 보면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911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다.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추모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길을 지나가며 그날의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모습에서 삼풍참사와 비교된다.

삼풍참사는 안전불감증과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고라 9.11테러와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삼풍참사는 한국식 압축 성장의 부작용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부분은 지난해 6월 10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프로그램에서 삼풍백화점 참사를 다루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방영 당시와 현재의 차이가 있다면 그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지금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는 부분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 6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출정식을 삼풍참사 위령탑 근처에 있는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었다.

그러나 유가족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서 살고 계시는 분이, 삼풍백화점 붕괴 날짜에, 같은 장소에서, 출정식을 가지면서도 삼풍참사위령탑에 한 송이도 헌화하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올해는 윤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에 나서는 바람에 이번에도 삼풍참사에 대해 추모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내년을 다시 기약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상기할 수 있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의 꽃 한 송이, 추모사가 그들에겐 그라운드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