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석유화학업계 올해 기상도 '안개국면'
특집-석유화학업계 올해 기상도 '안개국면'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0.01.06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중동지역 공급과잉 현상 이어져 낙관 금물

지난해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제위기 지속에 따른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 중국발 훈풍에 따라 최상의 실적을 올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2010년에도 중국 등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경우 제품 마진 강세가 지속돼 실적 호전을 점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발 신규 공장들이 일시에 완공돼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공급과잉을 불러오면 석유화학 업계의 경기 하락으로 연결돼 실적 악화라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전망을 쉽게 낙관하기에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LG화학은 3분기에 매출 4조3,643억원, 영업이익 7,299억원, 순이익 5,430억원을 각각 기록,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75.3%, 순이익은 82.8%가 각각 증가한 것.

또 한화석유화학과 호남석유화학 등 다른 석유화학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또 지난해 정제마진 악화를 겪고 있는 정유사들도 석유화학 업종 강세로 대규모 실적 악화를 가까스로 만회하기도 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설비 운영 노하우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잦은 설비 고장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는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경기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를 빼고는 '셧 다운'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일시 공급과잉… 설비 가동률 하락

그렇다면 2010년 석유화학업계의 기상도는 어떨지 궁금증이 커진다.

6일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석유화학 업계의 세계 수요는 2009년 대비 6.9% 증가한 1억2,230만톤, 공급은 8.2% 증가한 1억4,460만톤을 기록할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지난해 1사분기 저점을 통과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등으로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기존에 가동이 예정돼 있던 설비와 올해 지연됐던 설비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시장에서의 일시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세계 석유화학에서 중동과 중국의 신, 증설 비중은 절대적인 비율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세계 에틸렌 비중은 2009년 22.9%였지만 2010년에는 26.7%, 2012년에는 32.4%까지 육박한다는 관측이다.

중동의 경우, 2009~2010년 사이 총 850만 톤 이상 신규설비가 가동될 예정으로 이는 세계 신, 증설의 50%를 차지한다.

다만, 에탄 고갈로 LPG나 납사기반 설비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535만 톤 규모의 신규설비가 가동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신, 증설이 2010년을 정점으로 소멸되는 동시에 중국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계 석유화학시장은 2011년 이후 중동의 공급 확대가 둔화되면서 2012년 이후에는 수급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김평중 본부장은 "2010년 석유화학업종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대부분 예상했던 것과 달리 2009년 석유화학 경기가 호황을 이뤘던 것처럼 올해도 경기흐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 석유화학업계 대응전략은...

<구자영 SK에너지 사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김 반 석 LG화학 부회장 순> 

불확실 시장속 생존위해 '신사업에 올인'

이같이 석유화학산업의 올해 전망이 양쪽으로 엇갈리는 안개속 국면인 가운데 관련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자원개발(E&P)사업 등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하락과 중동 및 중국지역의 공장 신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사업을 통한 경영환경 개선 및 위기 탈출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대기업 석유화학기업들의 CEO신년사에서 신사업 의지를 엿 볼 수 가 있다.

SK에너지 구자영 사장은 신년사에서 "새로 출범한 베터리 사업이 보다 시급히 시장에 정착하도록 추진력을 제고할 것이다"면서 "친환경 에너지, 정보전자 소재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업아이템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특히 "핵심사업인 화학사업을 중심으로 현지의 시각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제품을 개발해 중국시장 진출의 주역으로 우뚝 자리 잡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SK에너지는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는 한편, 자원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브라질, 베트남, 페루 등 16개국 34개 광구에서 석유를 이미 개발했거나 탐사를 진행 중이다.

더욱이 자원개발사업을 사장 직속으로 재배치해 자원개발본부로 격상, 신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GS칼텍스 허동수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연료전지, 박막전지, 탄소소재 및 자원개발사업 등 신성장 사업은 GS칼텍스의 미래를 밝혀 줄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허 회장은 "유전개발 및 신에너지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세부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인 투자를 지속해야 하며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GS칼텍스는 카이스트와 함께 비식용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혼합알코올을 생산하는 기술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대체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GS파워, GS EPS 등 관계사와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등 종합에너지사로 변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발 훈풍에 놀라운 실적을 거뒀던 유화기업들도 신사업 강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중대형 전지 및 LCD용 유리기판 등 미래 신사업에 R&D를 비롯한 모든 역량을 집중해 미래성장 모멘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LG화학 신성장동력 사업의 두 축인 전지사업과 LCD용 유리기판 사업에서 오는 2012년부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한화석유화학도 '글로벌 케미칼 리더 2015' 달성을 위해 올해 신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태양광, 탄소나노튜브, 바이오 의약품, 2차 전지의 소재가 되는 양극재 등의 신사업을 적극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바이오에탄올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으며, 호남석유화학도 올해 신사업 추진을 가속화해 변화무쌍한 석유화학 시장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과 중국의 신, 증설 가동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올해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며 아직은 생산 및 내수, 수출 등에 완만한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경쟁이 심한 제품의 경우 중동과 중국의 공급증가로 올해부터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