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발목잡는 서울시 일선행정
이명박 정부 발목잡는 서울시 일선행정
  • 선병규 기자
  • 승인 2008.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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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과오 놓고 관련부서간 네탓 공방

이명박 당선인은 최근 공직사회를 향해 “변화를 주도해야 할 사람이 주도는 않고 변화에 소극적이다”라며 고강도 변화와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당선인이 20년 가까이 대기업 CEO로 근무하면서 체감한 ‘관료 이기주의’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속내로 비춰진다.

 

본보는 ‘이명박 정부-발목 잡는 일선행정’ 제하 기사를 통해 건설 및 환경분야 중 ‘대표적인 행정과오’ 사례를 통한 개선의 필요성 등을 알아봤다.


네탓 공방 일선행정, 행정과오 알면서도 묵인


특허공법 또는 신기술은 건축, 도로, 교량, 구조물보강, 토질 및 지반, 상하수도, 환경, 조경 등 각 분야에서 건설현장에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특성과 성격의 특허공법 또는 신기술을 활용하다보니 천편 일률적인 관리행정이 쉽지많은 않다는 게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특허공법 또는 신기술을 활용함에 있어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폐해를 최소화하고 건전한 기술발전의 순기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중앙부처의 고민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5일 행정자치부예규 제257호 ‘입찰전 기술사용협약서를 제출토록 제한’ 하는 항목을 삭제하는 등의 개정을 통해 그동안 신기술개발자가 낙찰자에게 기술사용협약 체결을 거부하는 등의 불공정한 사례를 개선코자 했다.

 

행자부 담당 주무관은 “이는 그동안 건설시장의 취약한 분야에서의 기술개발유도와 기술발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인정돼 온 기술개발자의 ‘기술독점시대’에서 한 분야에 5개 이상의 기술이 경쟁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기술이전과 공유시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개정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에서는 아직도 기술독점 시대의 여러 행정과오를 계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수관거 개.보수 분야에서 특허공법 또는 신기술을 적용코자 할 경우에 적용공법을 확정설계 하지않고 행정편의와 기회균등이라는 미명하에 여러 공법의 공정을 해부해 설계에 반영하는 일명 ‘짬뽕단가’, 또는 여러 공법을 단순 산술평균한 일명 ‘평균단가’를 설계에 강제 적용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사례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대부분의 서울시 각 지자체와 지방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입찰건수만 해도 40여 차례가 넘고, 발주금액만 70억원 이상으로 확인됐다.


확정설계 없이 짬뽕단가, 평균단가 입찰 만연
 
이러한 행정과오의 심각성은 기술에 대한 변별력을 떨어뜨려 기술경쟁을 통한 예산절감효과를 기대하기는 커녕 예산낭비, 개발사간 담합 또는 발주부서와의 특혜의혹 등을 양산하는데 있다.

 

이와관련, 여러 차례 관련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한 민원인 S씨(건설업)는 “서울시 감사과, 하수과, 각 지자체 발주부서 등에 수차례 진정을 통해 잘못된 입찰 행정을 바로잡고자 해도 이들 기관의 답변은 ‘문제가 없다’는 한결같은 답변 뿐이었다”고 성토했다.

 

S씨는 또 “공무원들이 도대체 뭐가 그리 두려워서 제 식구 감싸기만 하는지. 더군다나 진정서 내용을 알고나 답변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간다”면서 “짬뽕단가나 평균단가 행정행위는 지방계약법, 행자부예규, 건설기술관리법을 명백히 위반한 사항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본보에서 직접 관련기관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민원인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파악됐다.

 

서울시 담당부서의 팀장은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사실 현황을 구체적으로 인지못했다. 우리 부서의 사안이 아니라 해당구청 지자체 경리관의 사안이다”라며 지자체에게 탓을 떠넘겼다.

 

이 팀장은 입찰에서 짬뽕단가나 평균단가 등의 행정행위 사례에 대한 본보의 문제제기에 대해 ‘적법하지는 않은 사안으로 개선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담당 구청에서는 “입찰발주 내용들은 민원인에 대한 상급기관 즉, 서울시 답변을 참고해 발주한 사안”이라며 “사안별로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야만 가능한 사업이 있는데 어떻게 서울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냐”며 반문했다.

 

지자체 계약 및 입찰 지침을 수립하는 행자부측에서는 확정설계 없이 짬봉단가 및 평균단가를 산정하는 입찰행위는 입찰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처사라는 해석이다.

 

행자부나 상급기관들이 지자체의 입찰 행위들을 상시 감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관련법이나 지침을 올바로 숙지하고 시행하려는 일선 공무원들의 노력이 요망되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제도를 개정해도 일선행정은 이처럼 네탓 공방으로 일관하고 있는 게 현주소다.

 

익명을 요구한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재정자립도 1위인 서울시는 사업관련 예산확보와 집행 등에 있어 눈치보는 정부기관이 따로 없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지위를 행사할 뿐 만 아니라 중앙부처의 관련법규도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서울시의 새 변화를 촉구했다. 

 

서울시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 당선인이 시를 비롯한 자치구의 이같은 일선행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아울러 이 당선인이 공직사회에 당부한 변화와 혁신이 일부 일선 공무원의 관료이기주의와 행정편의주의 발상으로 인해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