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89>혼인의 무효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89>혼인의 무효
  • 국토일보
  • 승인 2018.02.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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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호 변호사 / I&D법률사무소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결혼, 부동산 거래, 금전대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법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법을 잘 모르면 살아가면서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이에 本報는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들을 담은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코너를 신설, 게재합니다.
칼럼니스트 박신호 변호사는 상속전문변호사이자 가사법(이혼, 재산분할 관련법률)전문변호사로 상속, 이혼, 부동산 등 다양한 생활법률문제에 대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박신호 변호사 / I&D법률사무소 / legallife@naver.com

■ 혼인의 무효

혼인무효는 취소와 달리 소급효가 존재
소송하지 않고 다른 소송절차서 선결문제로 주장 가능

혼인은 두 당사자의 자율적인 합의로 시작되지만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법률로 부여되는 신분상, 재산상 효과들로 인해 그만큼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혼인으로 인한 법적 관계는 단순히 혼인을 결심한 두 당사자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양 당사자의 가족간, 양 당사자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녀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혼인의 취소나 무효가 이혼과는 다른 요건과 효과를 가진다는 것은 이미 전편에서 언급했는데, 민법 제815조는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사유로 ①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② 근친혼(8촌 이내의 혈족, 친양자 입양 시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 ③ 당사자가 직계인척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때 ④ 당사자 간 양부모계의 직계혈족 관계가 있었던 때의 4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혈족은 혈연관계가 있는 가족(부모와 형제자매, 자녀)과 친척 뿐만아니라 입양으로 법률에 의해 혈족관계로 의제되는 관계를 포함하며, 직계인척관계란 직계가족과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로서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직계혈족의 배우자를 의미한다.

혼인무효의 사유 중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제1호의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인데, 판례는 이를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로 보고 비록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신고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단지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들 사이에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효과의사가 없을 때에는 그 혼인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4426 판결).”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해석에 따르면 국적취득 등을 목적으로 한 가장 혼인이나 상대방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강제 혼인신고 등이 민법 제815조 제1호로 인한 혼인무효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또한 단순히 혼인신고 당시에 상대방 당사자가 부재중이거나 혼인신고자체에 대한 동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혼인신고 전후에 걸쳐 혼인 계속의 의사가 있었다면 혼인신고를 일방이 진행했더라도 혼인무효의 사유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84. 10. 10. 선고 84므71 판결).

하지만 단순 부재중에 이루어진 혼인신고가 아니라 상대방이 혼수상태에 빠져있을 때 이루어진 혼인신고는 무효이다. “원고의 아버지인 소외 망인과 피고는 1984. 2.경 사업관계로 알게 되어 교제를 하다가 같은 해 5. 19. 혼례식을 거행한 다음 그 무렵부터 위 망인의 집에서 부부로서 동거하여 온 사실, 그런데 위 망인은 1987. 11. 30. 뇌졸증(뇌실질내출혈)으로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져 1989. 11. 14. 사망하기까지 이른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있었던 사실, 피고는 위 망인이 사망하기 전인 1989. 10. 10. 임의로 서울 구로구청장에게 위 망인과 피고 사이의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위 망인과 피고가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망인과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이 신고하여 한 혼인은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므1089 판결).”

민법 제139조에 따르면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해도 효력이 생기지 않고 다만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경우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 보는데, 무효인 혼인에 대해서도 이러한 추인이 가능하다. 판례는 “협의 이혼한 후 배우자 일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더라도 그 사실을 알고 혼인생활을 계속한 경우, 상대방에게 혼인할 의사가 있었거나 무효인 혼인을 추인하였다고 인정(대법원 1995. 11. 21. 선고 95므731 판결)”한 바 있다.

혼인의 무효가 혼인의 취소나 일반적인 이혼과 가장 큰 차이점은 소급효를 지닌다는 것이다. 혼인 무효의 효력에 관해 민법에 별도의 규정은 없으나 법률행위의 무효는 소급효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혼인생활을 전제로 발생했던 법률관계들이 모두 소멸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혼인무효의 경우 일상 가사 대리, 상속 등 부부임을 전제로 한 법률관계는 모두 무효가 되며 혼인 중 포태한 자도 혼인 외 자녀로 취급된다.

더불어 혼인 무효 확인판결의 경우 처음부터 신분행위의 효력이 생기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의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호적법은 제120조에서 가정법원의 허가에 의한 호적기재의 정정신청에 관하여 규정하는 한편, 제123조에서는 확정판결에 의한 호적정정의 신청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법원의 허가에 의한 호적기재의 정정은 그 절차의 간이성에 비추어 정정할 사항이 경미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것이므로,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호적법 제123조에 따라 확정판결에 의하여만 호적정정의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 5. 22. 자 93스14,15,16 전원합의체 결정).”라고 판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