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충격 최소화를
온실가스 감축, 충격 최소화를
  • 국토일보
  • 승인 2009.11.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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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줄이는 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당초 정부가 고려했던 세 가지 안 중 가장 강한 것으로 배출전망치(BAU) 대비로는 2020년 국내에서 배출될 온실가스의 30%를 감축하는 수준이고 개발도상국이 권고 받고 있는 최고치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결국 현실화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축목표를 확정한 뒤 앞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 한국제품에 대한 인식 등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리가 본란을 통해 지적했다시피 의욕과 실천의 조화가 그렇게 쉽지 않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한국이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한다고 했지만 문제는 이것이 대외적으로 우선 구속력 있는 약속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실천할지가 막중한 과제로 등장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선은 산업계에 미칠 단기적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우리는 본다.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는 뜻이다.

사실 산업계로선 불만이 많지만 대통령의 녹색성장 명분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감축목표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다보니 산업계 차원의 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음은 물론 감축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도 어려운 게 실상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산업분야의 경우 업종별 국제경쟁 상황을 분석한 뒤, 산업경쟁력을 유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축량을 배분하고 지원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문제는 산업별 배분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막상 비용분담에 들어가면 이해 당사자들 간 갈등의 소지가 다분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관점에서 효율적인 배분방안과 정책수단 등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 마련에 지금부터 정부는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빨리 떨쳐내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4% 감축이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신성장동력 등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것도 지나친 낙관론이 아닌가 싶다.

보다 구체적인 신성장동력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장기간 성장 정체국면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도 치밀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산업계의 생리상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 환경이 변하는 걸 싫어하는 점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저탄소 혁명이라는 변혁적이고 충격적인 기류가 결코 기업에 위기로만 작용하지 않고 기회일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문제는 국민적 부담이나 경제적 부담이 걸린 사안일수록 명분보다는 실리와 실용을 더 중요시해야 하는 정황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져 파장이 큰 탓이다.

이미 감축목표가 확정된 마당이고 보면 산업 전반은 물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한 국면이다. 기업에는 비용부담 등 만만치 않은 고통이 동반될 것이고 개인에게도 적지 앟은 불편과 부담이 따를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감축목표를 밀어붙이는 일이 능사가 아니라 어는 정도로 부담의 하중을 줄여줄 수 있을지를 헤아리는 지혜가 더 긴요하다는 판단이다. 다시 말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지혜와 대안 마련에 한층 더 신경을 쓰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산업계로서도 ‘기업은 변화를 먹고 자란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대응을 갖추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저이산화탄소 산업은 분명 차세대 산업혁명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함양하는 일이 그런 것이라 하겠다.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우선적으로 산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일에, 그리고 산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선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