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필의 생태이야기] 백들치의 4대강 여행기
[성낙필의 생태이야기] 백들치의 4대강 여행기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7.08.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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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들치(백년묵은 버들치)의 4대강 여행기 (1) 최상류를 가다.

[성낙필의 생태이야기]

백들치(백년묵은 버들치)의 4대강 여행기 (1) 최상류를 가다.

 

난 버들치... 보통 사람들은 나를 중태기라고도 부르고 때론 1급수 지표종이라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내 후손들이 라면에 섞여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뭐 워낙에 개체수가 많으니 이해를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1급수에서만 사는건 아니고 먹이가 많은 그 어느 물에서도 살아가고 있고 살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지요.

부끄럽게도 제가 백년을 이 땅의 하천에 살아오다 보니 참 많은 것들을 보았고 들었으며 경험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지난 백년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변화가 이 땅의 4대강과 그 강을 이루게 하는 산천에 도둑처럼 찾아와 우리들과 같이 물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온갖 친구들로부터 원성이 쏟아지다 보니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보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다시 4대강 여행을 시작해 봅니다.

벌써 백번째 여행입니다만...
4대강이 심장이라면 그곳에 혈액을 공급하는 수많은 핏줄들과 같은 지류하천들이 이 땅에 어우러져 하나의 경관을 만들고 있지요.

사람들은 그 연결부위를 역방향으로 나누어가며 하천차수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찜통 같은 무더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곡의 소하천들이 보통 1~3차수 하천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자~ 4대강을 향해 출발해보죠.

▲ 버들치는 중태기라고도 부르는 1급수 지표어종이다.

계곡에 이르니 우선 하늘이 잘 보이지 않네요.

계곡 주변에 울창하게 자리한 신갈나무, 가래나무, 까치박달, 들메나무, 다릅나무, 야광나무, 소나무 등과 같은 키큰나무들이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아래로는 당단풍, 물푸레나무, 신나무, 회나무류, 피나무류, 층층나무, 양치류, 괭이눈, 냉이류 여뀌류, 물봉선, 달뿌리풀, 갯버들, 노루오줌 등등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가족들은 물속생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이들은 우선 햇빛을 차단해 수온을 차갑게 유지해주고 계곡의 물속 이부자리인 바위, 호박돌, 큰돌 등에 다양한 조류(algae) 번식을 억제하고 나뭇잎을 떨어뜨려 저서생물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기도하고 빠른 유속에 힘겨워하는 작은 수서곤충이나 옆새우 등에게는 피난처와 서식처, 옷이나 집지을 재료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죠. 이런 모든 환경들이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시원한 쉼터로서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저기 강도래들과 옆새우들이 물속으로 낙하한 나뭇잎을 열심히 썰어먹고 있네요. 그들에게 요즘 계곡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과거에 비해 크게 변한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가지 걱정도 털어놓는군요. 10여년 전부터 강수량이 급격히 줄고 기온이 높아져 건천이 될 때가 많고 수온도 올라가 피난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답니다.

그리고 숲속 곳곳에 펜션들이 들어서거나 골프장공사, 대규모 벌채, 스키장조성 등과 같은 각종 토목공사가 늘어나면서 심지어 100여년을 숲의 주인으로 살아온 수목과 그의 가족들이 사라짐에 따라 물속 동물들에게는 먹이와 집, 옷을 지을 재료, 피난처 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깊은 푸념들이 차가운 계곡물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최근에 4대강을 따라 슬프게 울려 퍼지고 있는 곡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조금만 하류로 헤엄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심한 악취가 내 작은 머리를 물속에 처박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상류의 물을 가둬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저수지입니다.

높은 숲에서 쓸려내려온 나뭇잎과 가지 등이 뒤엉켜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

어렵게 만난 상처투성이의 옆새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그 슬픈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류 계곡으로 낙하한 낙엽들은 강도래, 날도래, 옆새우류 등 물속 저서생물의 먹이원으로서 이들은 나뭇잎과 잔가지 등을 썰어 먹기도 하지만 커다란 나뭇잎을 썰어 보다 작은 입자들로 분해해 하류로 흘려보냄으로써 보다 하류의 환경에 적응된 물속동물들의 먹이원이 되게 하거나 결과론적으로 거대한 유기물 쓰레기 무덤을 만들지 못하게 하며 결국 세립화 된 입자들이 하천 중, 하류의 바닥환경을 만들게 하는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높은 숲과 계곡에서의 난개발 공사로 인하여 숲의 기반을 이루는 식물들을 훼손함에 따라 쏟아지는 햇빛에 의해 조류(algae)에게 터전을 빼앗기고 수온의 상승, 유속의 급격한 증가, 토사의 압박에 따라 먹이와 집을 빼앗긴 수서곤충과 기타 저서생물의 몰살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분해되지 못한 나뭇잎과 가지들이 유속에 떠밀려 오다 이곳에 발이 묵인 채 자연적이며 점진적인 상생의 분해과정 없이 속절없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숲과 계곡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에게 안식처이자 고향이고 때로는 처절한 경쟁을 거쳐 생을 유지하는 역사와 삶의 과정이며 그러한 자연속 하나의 구성원인 사람들도 그러한 안정된 환경 속에서 쉼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저도 100년을 살아왔지만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는 복잡한 사연들이 숨어 있는 듯 합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하류로 여행을 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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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현 (사)생태계조사 평가협회 부회장

(주)생태조사연구단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