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필의 생태이야기]4대강 그리고 공유재산
[성낙필의 생태이야기]4대강 그리고 공유재산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7.09.18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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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태계조사 평가협회 부회장

[성낙필의 생태이야기] 백들치(백년묵은 버들치)의 4대강 여행기(1-1) 

                                    긴급 반상회(4대강 그리고 공유재산)


지난회 4대강의 최상류를 여행하던 중 낙동강 하류지역 어느 마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개구리로부터 긴급한 도움 요청이 도착함에 따라 급작스럽게 4대강의 대표님들을 모시고 반상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학생의 민원에 대해서는 이미 백들치가 긴급처방을 하였으나 4대강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해답을 얻는데 있어서 잠시라도 여러 종(species)들의 생각을 나눠봄직한 사안이라 생각되어 이렇게 문제를 던져 보고자 합니다.

먼저, 민원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큰빛이끼벌레를 낙동강 변에서 채집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까요?” 어쩌면 당차고 약간은 황당한 질문에 대해 저는 역질문을 했습니다.

“채집해서 무엇을 하려고?”저의 역질문에 대해 다소 수줍기도 하지만 확신에찬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아~ 제가 학교에서 논문을 써야하는데 큰빛이끼벌레를 채집해서 독성실험을 하려고 해요”

독성실험이라는 답변에 대해 저는 입가에 아쉬운 미소를 흘리려 다시 물었습니다. 

“어떻게 실험하고 너희들이 얻고자하는 해답은 무엇이니?” 

역시나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는 듯 깜찍하면서도 분명한 답변이 흘러나왔습니다. 

“큰빛이끼벌레가 독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물고기랑 같이 수조에서 키워서 물고기가 얼마 만에 죽는지 실험해 보려구요........”

이번 긴급 반상회의 주제는 큰빛이끼벌레에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 어린학생들이 낙동강변에서 큰빛이끼벌레를 안전하게 채집할 수 있는지 없는지, 또한 그들의 ‘가설’과 실험방법이 맞는지 틀리는지, 교육대국(?)에서 살아내기에도 바쁜 고등학생들이 왜 시간을 쪼개어 힘든 과정을 통해 논문을 쓰려고 하는지 등등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저 백들치는 일단 그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채집을 만류하고 다른 방법들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제 머리에는 요즈음 4대강 수면에 가득찬 녹조와 썩은 물고기들처럼 많은 아쉬움과 동시에 희망을 보았습니다. 

세상은 높은 하늘과 푸른 초가을 낮의 시원한 바람결에 스치는 머릿결처럼 조용하지만 어린 학생들 중 그래도 몇몇은 4대강에 대해 생각하고 우려하고 있구나. 글쎄요 작은 희망이었죠.

하지만 지난겨울, 우리가 사는 이 물속조차 뜨거울 정도로 타올랐던 촛불 속에서 새로 탄생한 정권이 어느덧 3개월이 지나가고 뭔가 새롭고 신선함, 그리고 기대감에 찬 얼굴들이 우리 물가를 찾아온 사람들의 색깔을 환하게 보이긴 하는데 왜 아직도 4대강에는 아무런 변화의 바람도 기대도 없을까?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 하나, 물론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온갖 이슈들이 수많은 지면과 모니터의 빈 공간조차 용서치 않기는 하지만 그 어느 이슈보다 결코 중요성에서 뒤지지 않는 4대강에 대한 소식들은 왜 북한강에서 김아무개 배스 찾기보다 힘들까? 

여기서 전 하나의 문구를 떠올립니다. “공유재산(지)의 비극” 1968년 생물학자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은 “재생가능자원의 훼손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이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비극이라는 것입니다.

문득, 4대강 공사가 한창이었거나 일부 완료되었던 2011년 한강중상류 대학에서 강의할 때가 생각납니다. 

“학생 여러분,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계신가요?”

그때의 깊은 적막감.... 질문을 고쳐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집 뜰에 흐르는 여울빛 수로와 옹달샘을 국가가 새롭게 살려준다고 제안한다면 동의하겠는가? 

”좀전과는 달리 우렁차게 들리는 아우성 “아니요”....

하얀 깃털을 펄럭이며 여름철 뒷동산에 수많은 둥지를 돌보는 백로들의 여름나기를 바라보는 이방인(?)들의 마음 넉넉함, 그러나 그 곁에서 소음(?)과 배설물 냄새에 찡그리는 이웃(?)들의 고통, 그들에게 날선 원투펀치를 날리는 소위 전문가(?) 환경지킴이(?)들의 논쟁.

혼란스럽다. 공유의 재산이란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것일까?

 아니면 내 것이자 네것일까? 대부분의 언론은 최근 미국에 불어닥치고 있는 세쌍의 허리케인, 지구 곳곳을 소리 없이 강타하고 있는 지진, 산불, 하루에도 마치 일년간의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듯한  이 땅의 올 여름에 대해 무서운‘기후변화’로 가끔씩 두려움을 챙겨주고 큰빛이끼벌레에 대해서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역습 “괴생명체”라고 애써 클릭을 유도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장 나에게 닥치지 않은 공유의 재산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관대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 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 양극화는 무섭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내’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너무도 엄격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모두의 것인 공유의 재산은 깊은 병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심폐소생술로도 살리기 어려운 골든타임에 들어있는지도 모릅니다.

내 것, 내 생각은 지키기도 빼앗기기도 어렵지만 ‘우리’안에서 치유하고 치유받는 것은 아직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우리’의 것인 공유재산은 나의 작은 희생과 관심만으로도 그것이 모이면 지키기는 쉬우나 그렇지 않으면 버려지는 것 또한 너무도 쉬우며 그 결과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지속불가능한 절멸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 모두를 쏟아 넣을수 있습니다. 순식간에.....

혹여라도 4대강 물을 먹고 희생을 겪은 후에 후회한들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내 것에 집착하는 언론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반성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작은 희생이 모여야 진정으로 세상이 달라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의견과 해법은 무엇인지요?

이어지는 나머지 4대강 여행을 통해 그 해법을 함께 찾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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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필 박사 약력

현 (사)생태계조사 평가협회 부회장

(주)생태조사연구단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