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운동의 가치와 방향성
공무원 노동운동의 가치와 방향성
  • 국토일보
  • 승인 2017.03.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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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 최병욱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공무원 노동운동의 가치와 방향성
글. 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 최병욱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 최병욱 국토교통부노조위원장.

과거와 다르게 경제 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공무원이 매년 구직자들의 직업선택 1순위에 올라 있다. 이는 취업난에 지친 구직자들에게 공무원에게 주어진 고용안정과 연금혜택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공무원의 노사관계 및 문화에 대해서도 한 번 진지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지난 수년 동안 공무원 노동운동 문화는 전반적으로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로 인해 활동이 위축되고 침체를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토부노조위원장이자 공노총 수석부위원장으로서 무척 안타까울 뿐더러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게 한다.

국민 여론을 통해 보듯이 앞으로의 공무원 노동운동 문화는 투쟁에서 탈피하고 공공성을 제대로 실천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공무원노동조합은 민간기업과는 구별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공무원노조에게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노동운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 노동운동은 ‘공공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적 지지와 내부적 원동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공무원노조는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이익도 대변하는 단체다. 그럼에도 한발 나아가 사회적 이해관계의 대표자로서 사회 통합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국민적 지지를 얻는 공무원 노동운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공공성 훼손을 막으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전달하는 사명도 이제는 공무원 노조가 해야할 시대가 됐다.

■ 공무원노조 변화, 시대가 요구…투쟁 아닌 공공성 대변하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공무원노조의 변화에 대해 정부는 과거에도 그랬듯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이 가지는 신분과 지위의 특별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공무원노조 활동에 지속적인 제한을 두려 한다.

정부의 두려움 속에서도 2005년 1월 공무원노조법은 끝내 제정됐다. 이후 이듬해 1월 동법 시행됨에 따라 합법적인 공무원 노사관계는 우리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공무원노조법 시행 10년을 훌쩍 넘긴 요즘 공무원 노사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반 공무원의 노동 기본권을 둘러싼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특히 공무원노조법이 제정된 이후 ▲노동 기본권 보장 ▲공무원 노조 가입범위 ▲단체교섭의 대상 및 방식 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며 사상 첫 공무원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더 이상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공무원 노사관계는 근로자로서의 공무원 및 그 대표단체인 공무원 노동조합과, 사용자인 정부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즉, 공무원 노사관계에서 정부는 공무원의 근무조건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사용자이자 교섭 당사자가 된다.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행정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과 국민의 이해(interests)를 대변하는 ‘국회’는 간접적인 이해당사자 지위에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노동자로서의 공무원에게는 ‘노동 기본권’을 보장받는다. 동시에 국가의 행정사무를 위임받은 만큼 ‘공공성’을 지켜야 할 책무도 갖고 있다. 노동 기본권과 공공성, 이 두 부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공무원사회를 대변하는 일을 바로 공무원노조가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공무원노조는 통합전국공무원노조, 소위 전공노를 제외하고 가입대상 공무원 30만여 명 중 140개 노동조합에 총 15만여 명이 가입했다. 조직률로 보면 50.9%에 해당되는 수치로, 민간부문 노조 조직률 9.3%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이는 공무원의 직종이 비교적 통일적이고 결속력이 높아 조직화가 용이한 데에 기인한다. 여기에 노조로 조직돼 있지는 않으나 공무원직장협의회에는 가입대상 공무원 31만여 명 가운데 153개에 2만 8,000여 명도 가입돼 있다.

공무원노조의 규모가 상당한 현실에서 공무원 노동운동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 보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공무원노조, 노동기본권 보장 절대적…근로시간면제(Time-Off) 절실 

먼저 공무원노조의 가입범위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군인과 경찰 등 특별한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에게 허용해야 맞다. 만약 직무의 특성이 특수한 공무원에게는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면 된다.

둘째 공무원노조의 설립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 공무원노조의 설립단위 등 조직형태 자체를 입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단결권 보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노조의 조합 활동 보장도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서의 각종 의무규정들의 적용을 단결권 보장과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활동 금지 역시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 최소한 조합원에 관한 사항이나 노동관련 정책에는 노조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법을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개정해야 한다. 현행 법제도는 공무원노조뿐 아니라 국제노동단체로부터도 시정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인 점일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역시 공무원 노사관계의 갈등을 유발하는 한 가지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서 공무원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해 단결권의 확대와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보장, 그리고 단체행동권의 제한을 기본내용으로 하는 제도 개선을 도모하되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노정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교섭과 관련한 노사갈등의 해결로써 교섭단위의 조정이나 교섭대상 여부의 판단, 그리고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해 교섭대표의 배분이나 선정을 둘러싼 과정의 관리 등이 포함돼야 한다.

무엇보다 한 때 합법화의 길을 걷던 통합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를 둘러싼 얽힌 실타래도 조속히 풀어야 한다. 전공노와 정부는 해직자를 둘러싼 갈등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 역시 공무원노조의 인정과 노동기본권의 쟁취를 위한 투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일관되게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대치국면’이 쉽사리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법적 해결이 아닌 사회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조심스레 든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노조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변화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다. 공무원사회만을 위함이 아닌 ‘사회 대통합’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현안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거듭 혼란을 겪고 있는 요즘, 공공성을 앞장서 강조하는 ‘공무원노조’가 국민적 지지를 얻어 내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파수꾼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