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91> 유신의 종말!
[안동유의 세상만사]<91> 유신의 종말!
  • 국토일보
  • 승인 2017.01.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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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획전략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유신의 종말!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최순실게이트는 잦아들고 청문회와 특검수사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나라는 휘청거리고 있는데 상존하던 북핵의 위협을 넘어서 새로운 위협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우리 주변국의 전력증강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적으론 전세계적 경제불황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미국의 압력인지 우리의 협력인지 모르나 사드 배치가 있었고 거기에 따른 중국의 반발이 군사적 시위로 이어지고 있어 동아시아의 긴장이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호시탐탐 재무장의 명분과 기회를 노리는 일본마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후원을 등에 업고 중국에 대응해 군사력 증강을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다.

아베의 행보는 발빠르다. 벌써 백악관의 새 주인 트럼프와 뜻을 맞춘 듯하다. 시진핑은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자국의 힘을 자각하고 자신의 장기집권과 중국의 팽창을 노리고 있다. 푸틴과 협력해 미국을 견제하고 확고부동한 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최근 사드 때문이라고 보이는 중국의 경제적 견제 또한 만만치 않고 방송계에서 한류를 제한하고 유커들의 한국 방문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데다 급기야 군용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다.

사람들 입에서 다시 청일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지 오래 되었는데 정부는 중국 눈치 보기에 바쁘다. 영공이 아닌 방공식별구역은 침범이 아닌 진입이란 완곡한 표현이 맞긴 하지만 통보도 없이 무단으로 밀고 들어온 건 명백한 국제법 무시다.

연이어 방공식별구역을 침해당한 일본이 그 사실을 발표하기까지 쉬쉬한 우리 정부의 태도엔 분명 문제가 있다.

최순실게이트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밝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영화 곡성의 대사처럼 되묻자. 뭣이 중헌디?
빤한 안보론을 들먹여 이번 국정농단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을 놓쳐선 안 된다는 문제인식을 하자는 것이다.

더구나 국정농단 관련 수사나 탄핵의 본질적인 내용과는 상관없는 최순실과 대통령의 치부 들추기에 치중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이것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보면 어떤 정부도 직간접으로 유신의 영욕을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군사독재 정권은 유신의 상속자이고 민주화의 선두주자였던 김영삼과 김대중도 박정희의 적대적 동반자요 정치적 동업자였다. 서로가 있어 싸우고 경쟁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던 것이다.

김영삼의 정치적 서자였던 노무현은 김대중의 정치적 양자가 돼 대권을 이어받았다. 따라서 유신의 테두리를 탈피하려고 발버둥쳤음에도 유신의 영향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 와중에 유신시절 개발독재의 총아인 이명박과 혈연적으로 박정희의 친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그렇게 해서 국정농단의 의혹으로 정국이 회오리치는) 것은 반동, 복고로 보이는 역사의 아이러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고자 민주화의 열망이 뜨거울 때 군부와 마찰이 예상되는 DJ가 아닌 김영삼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 우리 국민의 혜안인지 역사의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영삼이 두둑한 배짱으로 하나회를 척결한 건 결과적으로 DJ의 평탄한 집권을 위한 길닦기가 됐다.

만일 순서가 바뀌었다면…. 역사의 가정은 불필요 하다지만 뻔히 예상이 되는대로 적잖은 혼란이 있었을 걸로 보인다.

IMF사태의 혼란기에 DJ가 대통령이라 슬기롭게 잘 극복한 측면까지 고려하면 국민과 역사를 넘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우주의 기운이 도운 듯하다. 이런 일들을 보면 우리 현대사가 당시엔 맞지 않는 듯 보이고 이해가 안 되지만 가장 적절한 결과를 선택하며 흘러 온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작금의 이런 정치적 결과는 보이지 않는 손의 필연적인 뜻이 있는 건 아닐까? 아마도 그것은 누구의 말처럼 유신시대를 정리하는 마지막 몸부림일 것이다.

시대를 통틀어 유신시대를 마감하고 도약하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마지막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이즈음의 정국혼란은 유신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역사의 무대로 나아가라는 시대의 요구로 보인다.

그러려면 단순한 지지와 반대를 넘어선 승화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최순실이나 대통령 개인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나라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 국민과 역사의 엄명인 듯하다.

더 크게 생각하고 강박증에서 벗어나자. 그래야 작금의 어려운 국제정세도 헤쳐나가고 나아가 진짜 선진 사회로 거듭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