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도대체 '신뢰'가 없다
[김광년 칼럼]도대체 '신뢰'가 없다
  • 국토일보
  • 승인 2009.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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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편집국장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B등급 판정을 받은 건설업체가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안정적인 경영을 이루고 있다고 세상에 알려진 기업이 갑자기 부도위기에 처해 있다며 경영난을 호소했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이러니 ‘세상에 믿을 것 없다’는 소리가 만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작금 대한민국 건설산업 실태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완전히 뭉개버린 사건이기에 충분하다.

 

당초부터 채권 은행에게 경영상태를 평가하라고 한 것 부터가 모순덩어리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 사회는 그것에 대해 너무 관대했거나 아니면 무관심으로 지나쳐 버린 것이 오늘날 이러한 사태를 몰고 온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떠한 기업이 졸지에 문을 닫아 버릴 지 모르는 한 치 앞도 진단할 수 없는 요지경 속 시장이 건설산업이다.

 

이렇듯 유사한 사례가 언제 어느 때 또 일어날 것은 아무도 모른다. 사실적으로 기업 스스로 자신들의 취약한 부분을 사력을 다해 감추고 있는 현실이기에 기업 경영실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양심과 윤리 보다 더 큰 힘과 논리는 없다. 요즈음 건설업계에 불어 닥치는 냉혹한 비난을 건설산업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건설업계  스스로 파 놓은 함정에 빠져 버린 꼴이다. 잘 나갈 때 앞을 못 보고 지나온 길 닦고 자아도취에 빠져서 희희낙낙 거리고 있을 때 세계경제는 깊은 수렁속으로 곤두박질 친 것을 뒤늦게야 알아차린 셈이다.

 

물론 정부 정책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규제완화라는 미명아래 무조건 규제는 풀고 보자는 후진국형 제도 및 정책으로 기업은 기업대로 경쟁력을 잃고 사회는 사회대로 무책임과 부도덕을 즐기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시장에서 싸울 힘과 기술을 배양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고 수단과 방법을 무시하고 좋은 땅 잡아서 아파트 한 건만 잘 하면 만사 해결인데 과연 누가 어느 기업이 기술개발에 주력하려 하겠는가!
미분양은 천정부지로 늘어만 가도 ‘남의 일일 뿐 무조건 짓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했을 때 정부는 어디서 뭘 했는가?.

 

이 책임의 70%는 정부당국에 있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건설의 주요 기능은 아파트 짓는 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국민의 편익을 위해 국익차원에서 내다보고 선진 기술력을 발휘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설산업을 보자. 마치 건설= 주택인 양 과천에 建設部는 없고 아파트部만 있는 듯 온통 나라 전체가 아파트 얘기 뿐이다

 

명실상부한 건설공학의 진면목을 보여 주며 그야말로 기술을 보여주는 참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 몇 개사에 불과하다.
이러하니 부동산 경기 죽고 건설업체는 모두 아사직전이라는 위기앞에 서 있는 것이다.

 

강조하건데 기술경쟁력 없는 기업은 정말 안 된 얘기지만 차제에 확실히 퇴출돼야 한다.

 

그들을 위해 온 국민이 경기침체의 소용돌이속에서 몸서리를 치며 떨고 있어선 안 된다. 기업이 제 기능을 상실했을 땐 과감한 조치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건설은 특히 수주산업이며 기술산업이다.

 

어찌 기술개발과 기술인력 없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는가? 앞으로 건설기업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기술력을 테스트하는 등 강력한 제도 운영을 촉구한다.

knk@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