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선진화정책의 어두운 그림자
건설산업 선진화정책의 어두운 그림자
  • 김광년 기자
  • 승인 2009.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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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선진화 정책의 어두운 그림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건설산업 비젼 2020’이라는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개최됐던 어제(1,22일) 공청회는 회의장을 가득 메웠던 건설인들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민간 차원에서 준비한 선진화계획이라 뭔가는 달라질 거 아니냐는 희망과 염원이 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실망 그 자체였다는 것이 참석자 대부분의 평가다.
오히려 과거 10년 동안 떠들었던 것 보다 더 지능적으로 업계 간 첨예한 대립각을 적당히 피하려는 듯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혹평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드세다.
지난 7개월동안 고생들 많이 했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 생각인데 왜 이러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선진화위원들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현실을 보자.
공청회장의 분위기만 봐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는가?
일반건설을 비롯한 전문건설, 설비건설, 설계, 전기통신, 엔지니어링 등 부문별 상호 이권을 둘러 싼 문제를 놓고 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공청회가 돼서 무슨 선진화를 실현시키겠는가?
비젼 2020으로 가는 길이 온통 지뢰밭인데 그 지뢰를 제거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며 상대방 눈속이기로 한 번 지나가려는 잔머리로는 선진화는 요원하다.
도처에 묻혀 있는 건설선진화를 가로막는 지뢰를 전문가를 동원하든, 폭파를 하든 무슨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과감히 제거하고 가야 하는데 작금의 행태는 국민혈세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업자 단체들의 뼈를 깍는 변신이 촉구된다.
아무리 전술이 뛰어나고 용맹스런 장수라 한 들 혼자서 진격할 수 없다. 각 자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거시적인 정책 방향의 발목을 잡는다면 그 누구도 한국건설의 당면과제는 해결되지 못한다.
과거 반세기 동안 몸에 배 왔던 그저 정부가 나누어 주던 공사물량으로 먹고 살아 왔던 그런 세월은 지났다.
글로벌 시대... 죽기 아니면 살기의 처절한 생존경쟁 체제속에서 내 업종, 내 업역은 죽어도 지키겠다는 발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는 모두 죽는 지름길이다.
특히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는 주최측에 주문하고 싶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뜨거운 감자가 업역문제다. 이를 대충 덮어두고 가려 한다면 절대 ‘건설산업 선진화정책’ 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또 CM을 건설 선진화에 중요한 요소기술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어디로 갔으며 선진화를 운운하면서 건설공사의 궁극적 목적은 ‘안전’일텐데 건설안전의 키워드인 가설공사에 대해선 200여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에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설단계는 해당 공사의 안전을 시작하는 첫단추이자 목적물의 최종 안전을 책임지는 보루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전,품질을 강조하면서 가설공사는 한마디도 없다.
이러한 내용으로 어찌 선진화라 할 수 있겠는가!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또 이번 공청회 패널 면면을 보면 더 한심하다.
명실상부한 미래 한국건설의 선진화 정책 방안을 수립하는 자리라면 미안하지만 일반,전문 등 상호 이권이 개입됐거나 개입될 우려가 있는 단체 및 개인은 패널 선정에서 제외돼야 하며 객관적인 입장을 정리해 줄 필요가 있는 패널 역시 건설산업을 알고 지나온 정책과 현재의 정책에 대한 진단 및 향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가 나와 줘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건설혁신센터’ 같은 전문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인 선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계속 지켜볼 일이다.
본보 편집국장 / knk@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