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26>
[안동유의 세상만사] <26>
  • 국토일보
  • 승인 2014.10.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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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헐~

한글날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한글전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한겨레 신문의 기사 일부다.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에 한자와 한글을 병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한글학회와 한글시민연대 등 우리말을 가꾸고 지켜온 시민단체들이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글문화연대(상임대표 이건범)는 30일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은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릴 뿐이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나 학습 부담 줄이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며 “당장 취소하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성명을 내어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교사는 한자를 가르쳐야 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낱말의 총체적인 개념을 가르칠 시간이 더 줄어든다. 유치원때부터 한자 선행학습이 불붙는 등 한자 사교육이 강화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자를 꼭 병기해야 한다고 여기는 태도는 낱말 교육의 방법을 한자 풀이로 떨어뜨릴 위험이 높다”고 꼬집었다.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은 교육 질을 높이기보다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한자 필요성 문제는 간단하다. 바보같은 한자 혼용론자들의 주장은 이렇게 모순이 한방에 드러난다. 글을 쓸 때 꼭 한자로 써야하면 성조가 없는 우리는 말할 때 한자를 써서 보여 주며 말을 해야하는데 그럴 순 없다.

성조가 있는 중국도 동음이의어가 많다. 그 많은 글자를 성조로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도 전체 단어와 맥락으로 이해하는 게 더 많다.

예전에 백분토론서 한자혼용론자가 예로 든 게 전선이란 말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선을 앞세우고서 싸웠다는 얘길 한글로 쓰면 12개가 넘는 전선의 뜻을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설마 전깃줄을 앞세워 싸웠을까? 장마전선을 앞세워서 싸웠을까?

코메디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참…. 그렇다면 말할 때 마다 전선을 한자로 써서 보여 주며 얘기해야 되나?

 

말할 때 소리만 듣고 그 뜻을 이해하는데 글로 읽을 땐 이해할 수 없다는 모순에 빠진다.
말할 때 맥락으로 이해되는데 글로 읽으면 안 된다니….

우리 말무리들은 씩씩하고 튼튼한 말의 틀을 갖고 있다. 한자에 찌든 먹물들이 이걸 왜곡해 왔다. 우리말이 찌들어 힘을 못 쓴다. 이젠 영어를 비롯한 서구의 말까지 힘을 더하고 있어 더 그렇다. 한자는 제대로 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

나라 이름만 해도 미국, 영국, 서반아, 구라파 따위로 말소리도 제대로 못 나타낸다.

그럼에도 먹물깨나 들었단 사람들이 이런 말을 쓰면 지식인인 듯한 느낌을 받도록 우리 머리를 비틀어 놨다. 한자병에 찌들어서….

광주 비엔날레에서 충격적인 영상 예술을 봤다. 드라비다 족의 후예가 자기들을 정복한 아리안족의 만행을 노래로 고발한 영상이다. 너희는 우릴 정복하고 우릴 원숭이로 만들고 너희를 신으로 섬기게 만들었다고 노래한다. 카스트를 만들어 영구히 지배하려는 정신개조를 저질렀다는 거다.

우리는 한자와 중국문화에 예속되어 감히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생각을 못하도록 길들여 졌다. 더 기가찬 건 그런 교육을 받고 찌든 정신으로 스스로 소중화로 자처하며 주체적인 생각을 천박한 것으로 멸시하는 일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는 거다.

스스로 정통이고 문화인이며 잘났다고 자부한다. 씁쓸하다. 언제나 정신적으로 독립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