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①
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①
  • 장정흡 기자
  • 승인 2013.11.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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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젖은 골재 건조기 대신 철판에 구워서 말려

태국 타파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모습.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업계로는 최초로 해외수주 누적 1,000억달러 돌파라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록을 세웠다. 해외수주 누계 1,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1965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태국의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으로 해외 건설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48년여만의 쾌거다.

현대건설이 처음 태국에 가지고 갔던 장비는 현대건설이 처음 태국에 가지고 갔던 장비는 재래식 도로공사에서 사용하던 구식의 노후장비였다. 그나마도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불도저, 로더 등 일부 장비는 신제품을 구입했는데, 기능공들이 사용방법을 몰라 석 달도 채 못 가 고장이 나버리고 말았다.

태국은 비가 많은 나라여서 모래와 자갈이 항상 너무 젖어 있어, 그대로 섞을 경우 함수량이 맞지 않아 아스콘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았다. 그러한 사실을 2~3개월간 고심한 후에야 알아내어 건조기에 자갈을 넣고 말리려고 했으나 건조기 자체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정주영 사장이 와서 보더니 “건조기에 비싼 기름 때 가면서 말릴 게 뭐 있느냐, 골재를 직접 철판에 놓고 구워라”고 지시했다. 과연 건조기를 이용할 때보다 생산능률이 2~3배까지 높아졌다.

당시 정주영 사장은 한 달이면 일주일은 태국에 와서 살다시피 했다. 기후 등 여러 가지 악조건으로 공사가 부진했기 때문에 그가 오면 으레 현장 직원들은 야단을 맞기 일쑤였다. 또한 토취장에서부터 현장까지의 작업로에는 운반하던 돌들이 몇 개씩은 떨어져 있기 마련인데, 그는 차를 타고 가다가 혹시 그런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차에서 내려 손수 돌들을 한쪽으로 치우곤 하는 통에 현장 직원들이 쩔쩔 맸다.

정주영 사장은 새벽 4시에 현장에 나와서 기계를 돌렸을 정도로 의욕이 강했다. 힘이 장사인 사람들도 기계를 돌리고 나면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이니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이처럼 정주영 사장이 솔선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기술자들이 많은 자극을 받았다.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는 현대건설이 국제적으로 발전하고 진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공사였다. 비록 수지면에서는 상당한 적자를 보았지만, 세계 속의 현대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닦았다. 또한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시공경험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