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⑤
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⑤
  • 장정흡 기자
  • 승인 2013.11.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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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바그다드 의료단지

여 감독관에게 생리대 선물해 현장 검측 수월해져

1983년 현대건설의 바그다드 의료단지 공사가 한창 막바지에 이를 무렵, 당시 정수현 차장(현 현대건설 사장)은 미국 뉴저지 지점에서 4년여 간 근무하다 본사로 복귀했다. 그래서 모처럼 가족과 서울 생활을 시작하려던 어느 날, 갑자기 이라크의 바그다드 의료시설 현장(MECY)으로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당시 이라크는 한창 전쟁 중이었으므로 불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현장 근무 명령이 아니라 일시적인 출장 명령이었으므로 다소 가벼운 기분으로 출국했다.

바그다드 의료단지는 거의 준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워낙 까다로운 감독관의 현장 검측 때문에 공사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이라크는 당시 남자들이 전장에 나가는 바람에 공사 현장에는 주로 여자들이 감독관으로 파견 돼 있었다. 바그다드공대 건축과 출신의 젊은 여자 감독관은 미혼이었는데, 검수 과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몰랐다. 정수현 차장이 여자 감독관 때문에 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였다.

“전쟁 중이므로 이라크에는 생필품이 모자랍니다. 여자 감독관이니까 여성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선물해 보세요.” 영국 감독관 부인의 조언에 정수현 차장은 무릎을 탁 쳤다. 그 후 업무나 휴가차 한국 본사와 이라크 현장을 수시로 오가는 직원들을 통해 여성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긴급 공수했다. 손수건, 테이블보, 기초 화장품, 스타킹, 속옷, 심지어는 생리대까지 공수했다.

이러한 선물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처음에는 선물을 잘 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나, 비교적 가격이 싼 생필품이므로 뇌물의 성격과는 달랐다. 따라서 차츰 거부 반응을 보이던 여자 감독관의 마음이 누그러져 나중에는 선물을 건넬 때마다 아주 고마워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 깐깐하던 태도가 달라져 우호적으로 나왔다. 그 덕분에 까다롭던 현장 검측이 수월하게 진행돼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