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의 추억
알밤의 추억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3.09.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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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상징하는 것들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 당차게 위엄을 과시하며 매달린 밤나무가 으뜸이다. 특히  마음껏 벌어진 알밤이 속살을 드러내며 웃을 땐 가진 거 없어도 마음이 풍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차례를 지내고 뒷동산 선산을 다시 찾았다. 오전에 성묘하며 보았던 밤나무가 그리워 다시 올라온 것이다.

어린애 주먹만한 알밤을 가득 품고 온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자의 의기당당한 모습이 부러울 뿐이다.

옛 부터 밤은 건강과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6월에 만개하는 밤꽃의 향기는 여인네들의 가슴을 마구 흔들어 놓는 괴이한 마력(?)도 갖고 있으며 그 내음을 잔뜩 뿜으며 한 여름 삼목더위를 이겨낸 밤은 가을 추석의 대표선수다.

알밤을 직접 따 보았는가!

절대 그 무엇도 흉내낼 수 없는 단아한 잉태... 매서운 가시덤불을 파 헤치고 단군환웅이 태초태생하듯, 이  지구를 책임져도 될 듯한 당찬 모습으로 나타난 알밤 3형제는 그렇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것을 뭐라 표현하겠는가! 한마디로 완벽 그 자체다.

돌이켜 보면 나의 아버지께선 살아 생전에 제를 올리고 나면 제상 앞줄에 놓여 있는 하얀 밤을 하나 들고 '으드득' 깨물어 드시며 오늘 조상을 모신 예를 끝내시곤 하셨다.

이제야 깨닫는 일이지만 이 가을 풍성한 밤이 주는 진 ~ 한  의미는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알밤이 땅으로 떨어지는 날, 

인간의 또 다른 행복은 시작되고 있다.

오늘도 세상의 모든 행운을 머금고 활짝 벌어진 알밤 3형제에게 우리는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  손가락에 찔린 밤가시의 짜릿함을 음미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재삼 고개를 숙인다.

밤꽂과 알밤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

김광년 / knk @ 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