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원래 비겁하고 나약한 존재라고 한다.
즉 자기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을 때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다소 비열하지만 살고 보자는 목적의식이 생각을 지배하게 마련이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통설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비열함은 인간이 해서는 알 될 최악의 금기사항이다.
국가와 공익을 위한 조직의 수장이나 불특정 다수를 위한 민간단체장 등 사회봉사의 자리에 앉아 있는 公人은 개인보다 공익을 위해 무릅을 꿇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때 특히 절대조건으로 지켜야 할 덕목은 정당성과 진정성이다.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을 뽑는 선거가 실시됐다.
주지하듯이 전건협 중앙회장 자리는 연간 판공비를 비롯, 중앙회장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규모가 무려 수십억에 달하는 40,000여 회원사를 거느린 조직의 長이다.
이러한 조직의 수장을 선출하는데 경찰수사 중이며 법원 재판 중인 후보가 아무 거리낌없이 일사천리로 회장 자리에 낙점됐다.
그렇게 도하 언론에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제기했는데 이 조직의 165명 대의원들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기가 막힐 뿐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똘똘 뭉치게 만들었을까?
뭔가 단합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테고, 또 어딘가 그들의 공통분모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수 차례 언론에서 지적을 해도 '牛耳讀經' 이 됐을 것이다.
물론 의결권을 가진 대의원들이 현실을 판단해서 투표를 했다는데 더 이상 이의는 없다.
그러나 양심과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그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차제에 이 조직에는 절대 개혁해야 할 과제가 있다.
후보자 공개토론회 및 차기회장을 뽑는 총회가 왜 비공개로, 언론에 공개도 못하고 진행해야 하는건지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이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얼마나 자신이 없고 불편한 진실이 있는지 몰라도 선거는 공정하고 정대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기본상식이다.
엄청난 조직과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건설 중앙회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봉사하고 희생하는 명예의 좌석에 칼자루 쥐고 있다고 그 자리에 앉으면 과연 임기 동안 제대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회원사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을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
분명한 사실을 놓고 굳이 아닌 것 처럼 조직의 시스템을 악용하며 그것도 선관위가 공정치 못한 자료를 유출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비열함의 극치다.
더욱이 그 자료를 스크린 하지 않고 그대로 언론지상에 보도하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의 행태는 가장 먼저 청산돼야 할 이 시대 최우선 과제다.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기자 역시 반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설령 목숨에 위협을 느낀다 해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진정한 저널리즘은 버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번 차기 전문건설 중앙회장 선출과 관련 정의를 위해 몸부림쳤던 것은 허사가 됐지만 분명 한 가지 얻은 게 있다.
세상에 참 불편한 진실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고 그 허울 밑에서 간간히 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에 동정과 울분이 솟구침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직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확신하건데 진실은 언젠가 기어코 이긴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지구촌 역사 이래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다.
당당하게 과정을 위해 살아온 敗者와 오직 결과를 위해 살아온 勝者가 있을 때 이 패자는 져도 당당할 것이고 이 승자는 이겨도 은근히 두렵고 불안할 것이다.
묻고 싶다. 진정한 勝者는 누구인가 !
본보 편집국장 김 광 년 / knk @ ikld .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