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관리 업무 일원화를 통한 시스템 구축 시급하다
[기고] 안전관리 업무 일원화를 통한 시스템 구축 시급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13.07.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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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동신대학교 교수 / 공학박사.건설안전 기술사.토목시공 기술사.도로 및 공항 기술사

      최 명 기 교수
안전 시스템의 부재로 또다시 귀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국민들을 불안감에 떨게 하고 있다.

‘방화대교 상판 붕괴사고’는 30일 오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대한민국 전 국민이 ‘방화대교’를 검색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고는 7월 30일 오후 1시 8분 쯤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 남단 램프 접속교량 신축현장에서 1연 강박스(Steel Box) 상판 구조물이 전복돼 인부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고원인은 콘크리트 타설방법 불량에 의해 램프 접속교가 전복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분석은 정밀한 조사를 해보아야 알 것 같다.

이날 발생한 사고가 있기 전에는 7월 15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발주한 노량진 배수지 공사 중 수몰 사고로 근로자 7명이 사망한데 이어, 7월 26일 울산 SMP 폴리실리콘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물탱크 파열 사고로 3명이 사망한 산업재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안전문제에 있어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생명을 앗아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만 하면 정치권과 정부는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종합적 대책 수립 등을 약속하며 현란한 말잔치를 벌였지만 어느 것 하나 지금까지 제대로 추진되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에 발생한 방화대교 상판 전복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원인을 ‘안전관리 시스템’ 측면에서 원인을 분석, 추후에는 또다시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설계획, 설계와 감리,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건설공사 각 단계별로 전문적인 건설안전관련 전문가(건설안전기술사, 산업안전지도사)가 건설안전관리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안전관리 업무 일원화를 통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감리자는 주로 ‘건설기술관리법’에 의거 구조물 안전과 품질 등을 포함한 ‘건설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고, 고용노동부에서는 ‘산업안전관리법’에 의거 근로자 생명과 관련된 인적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즉 동일한 건설현장에 대해 안전관리 업무가 이원화 돼 있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제약조건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건설안전’과 ‘건설관리’ 업무가 별도로 운영되다 보니 고용노동부에서는 법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는 있지만, 인적 안전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이번에 발생한 사고처럼 구조물 붕괴와 연관된 인적 안전관리에 대해서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안전과 품질을 포함한 건설관리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가지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 관해서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 산업체에서는 업무처리가 가중될 수 밖에 없고,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건설안전관리는 단순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적 안전관리와 구조물 안전을 취급하는 건설관리로 두부 자르듯이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 또는 소방방재청이나 별도의 ‘안전관리청’을 신설하든지 간에,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

안전관리 부서는 행정직보다는 사계의 건설안전관련 전문가(건설안전기술사, 산업안전지도사)들로 구성해 건설계획, 설계와 감리,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건설공사 각 단계별로 전문적인 공학적 기술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여 담당하게 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주도록 해야 한다.

건설공사 입찰 시 최저가를 써내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는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협하고 있으므로 하루 빨리 현행 ‘최저가낙찰제’를 개선, 대체할 수 있는 입·낙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최저가낙찰제’로 낙찰받은 건설현장은 수익성 악화의 ‘먹이사슬’ 구조로 원도급 건설회사가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주게 되며, 건설관련 기술자와 근로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어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임금 근로자나 신규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여러 건설업체가 시공사를 연대보증함에 따라 사고발생 시에는 책임 소재도 분명치 않아 빈번한 법적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산업안전관련 공공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사비 100억원 이상의 123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낙찰률 70% 이상은 사고발생율이 35%인 반면, 70% 이하로 낙찰받은 건설현장의 사고발생율은 78%로 급증했다고 한다.

또한 ‘전국 건설현장 사고 현황 및 비정규직 안전관리자 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건설현장 56개소중 82.1%(46개소)에서 비정규직 안전관리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안전관리자 100명중 66명이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최저가로 인하여 주요 건설현장에서는 비정규직 안전관리자, 공사관리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고, 여기에 하도급에 재하도급업체들까지 끼어들며 실제 공사 단가가 턱없이 낮아지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안전관리는 기대할 수 도 없다. 따라서 현재의 ‘최저가낙찰제’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보완이 필요하다.

이제는 정부가 건설현장의 3D 기피현상과 건설기술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와 보수, 비전 부재, 비정규직으로 인한 직업의 불안정 등으로 상실된 건설기술인의 사명감과 창조력을 복돋아 줄 필요가 있다.

7월 27일 실시되었던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 무려 20만4698명이 원서를 제출했고, 이번 지원자들도 대부분 대학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라고 한다. ‘공시족(公試族)’이 몰리는 이유에서 보는 것처럼 이공계 기피 현상이 건설산업에 미친 영향으로 인하여 건설기술 인력의 책임감과 사명감 상실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뿌리깊은 기술 천시 풍조와 공부의 어려움, 거기에 더하여 비정규직 처우와 같은 열악한 대우 등은 건설기술인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기대하기에는 애당초 무리일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이공계 출신 우대 풍토조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에서 조차도 이공계 출신 간부 기용 기피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부처에서 ‘과장급’인 4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 비율은 17.4%에 불과한 실정이고, 이공계출신들이 담당해야 할 업무까지 행정직 공무원들로 채워지면서 이공계와 비이공계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벌어져 이공계 우대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행정관료, 기업체 CEO 중에서 기술분야에 이해가 높은 기술자가 거의 없는 오늘날의 자화상이 이번의 방화대교 상판붕괴사고나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를 발생시킨 이유라고 생각한다.

창조경제가 성장을 주도하는 요즘 이공계 인재 부족과 열악한 처우 현상은 한국 건설경제에 빨간색의 경고등을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이제는 창조경제 차원에서 건설기술인 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다각적인 접근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만 건설 재해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