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위기감 확산
부동산 시장의 위기감 확산
  • 국토일보
  • 승인 2008.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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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한데 이어 실물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되는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주택이 무려 16만 가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완공 이후에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 바람에 여기에 묶인 건설업체들의 유동자금만도 무려 40조원에 달해 중소건설사들의 부도 및 도산 사태가 줄을 잇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금융위기의 장기화를 의식, 사실상 신규 개발 사업은 물론 분양사업도 연기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와 현금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금융경색 현상의 여파로 금리가 뛰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무려 10%를 넘어선 사실이다. 이로 인해 고정· 변동금리 가리지 않고 1년 사이에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 평균 1.5~2%씩 더 늘어나면서 무려 3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주택대출의 부실화까지 우려되는 국면이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가계의 소득은 오히려 줄거나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금리만 계속 올라가면 ‘채무 불이행’  사태에 빠지는 가계가 늘어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6월 0.38%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7월 0.48%, 8월 0.51%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연체율의 경우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런 판에 집값까지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금융권 전체가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어 그야말로 국가적 위기로 비화될 개연성이 짙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10%까지 치솟는 등 ‘이자폭탄’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방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계약을 포기 하겠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가 하면 이 여파로 용인 등 버블세븐 지역에서 조차 집값 추락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집값 하락세에도 거래는 거의 실종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으나 엄격한 대출규제로 금융자금을 활용할 여력이 없어 거래시장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시적 2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처분조건부 담보대출’ 주택 중 올해 만기가 되는 주택 2만8900가구까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시장 불안은 가중될 전망이다.


 물론 정부는 아직은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낮고 금융권 평균 담보비율(LTV)도 49%쯤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세계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를 놓고 작년 가을까지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지금 미국의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월가(街)에 구제 금융을 쏟아 부을 게 아니라 금융위기의 원인인 집값 하락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일정 규모를 장기 저리(低利)대출로 바꿔 주는 등으로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유사한 대비책을 강구하는데 참고가 될 듯싶기도 하다.


 우리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고금리 상황에서도 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은 연체, 곧 부실화의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이라면 부실화의 개연성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판의 기능을 강구해나가면서 ‘부실화 뇌관’의 소지 역시 미리 소거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시 말해 정부로서는 거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에 대한 관리 체제를 점검하는 동시에 저소득층 가구 등을 대상으로 금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등의 미시적인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