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의 날 특집 인터뷰] 한국방재학회 최상현 회장
[방재의 날 특집 인터뷰] 한국방재학회 최상현 회장
  • 신용승 기자
  • 승인 2023.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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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 비용 대한 사회적 공감대 미흡… 인식 개선 촉구
美, 유지보수 투자비 신설 앞질러… 韓, 거부감 극복 필요
미래는 완공된 시설물에 대한 관리 시대… 사전예방 강화해야
최상현 한국방재학회 회장이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밝혔다.
최상현 한국방재학회 회장이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밝혔다.

[국토일보 신용승 기자] 우리나라는 과거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양적팽창으로 산업시설의 각종 구조물과 수도, 전기, 통신 등의 라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 재해 재난에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해외 선진국과 비교, 방재에 대한 관리 능력 및 시스템, 국가 예산 투입이 부족한 현실이다.

재해 재난의 원인을 규명하고 예측하며 피해경감대책 등에 관해 보다 과학적·효율적인 기술 및 관리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한국방재학회 최상현 회장(한국교통대학교 교수)을 만나 방재기술의 현주소와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알아봤다.

-방재학회 주요 기능 및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방재학회는 방재에 관한 학문·기술의 발전과 재해 및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2000년 10월 설립됐다.

최초 학회 이름은 한국도시방재학회로 2003년 11월 한국방재학회로 이름을 변경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2023년 기준 회원수 5,000여명의 국내 방재 분야 대표 학회로 성장했다.

현재 우리 학회는 방재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조사 및 연구를 실시하고 교류, 연구 진흥과 다양한 기술 자료 발간을 목표로 16개 회무분과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방재기술 발전 선도를 위해선 18개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건축물, 기상, 기후변화, 교통, 도시 등 다양한 유형의 재난 방지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방재과학 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지난 2019년 8월에 확정된 ‘제4차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의 4대 전략 중 하나인 과학기술 기반 재난관리와 관련, 최근까지 수행된 연구개발 성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드론을 이용해 육상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한다.

드론은 육상재난이 발생할 경우 접근이 어려운 구조물, 급경사지 등의 안전을 점검하고 산불이나 산사태 감시 등 재난 예방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재난 발생 시 피해상황 파악, 구호품 운송, 생존자 확인과 구조 등 다양한 재난 관리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난 및 치안 현장에서 운용 가능한 무인기 기체 및 운항에 필요한 통신수단, 안전운항 핵심기술, 무인기 운용 및 관리 체계 개발로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포함한 총 29개 개발기관이 참여해 연구가 수행됐다.

2017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총 490억원의 사업비로 기본임무장비와 특화임무장비, 공통플랫폼, 지상통제장치, 운용관리시스템 등 통합시스템에 대한 설계·제작을 완료하고 2019년 10월 시제품 최초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개발된 무인비행장치는 재난 관리 각 단계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을 이용한 라이브 매핑(mapping) 또는 라이브 드론맵 기술은 재난상황 발생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현장에 드론을 띄워 공간정보를 취득·전송·자동 매핑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실시간으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라이브 드론맵 기술은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8개 기관이 개발에 참여해 2014년 8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수행한 ‘공간정보 SW활용을 위한 오픈소스 가공기술 개발’ 연구 성과 중 하나다.

다음으로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인 C-ITS를 통해 차와 도로가 협력, 교통사고를 예방한다.

차량이 주행하면서 도로 인프라 및 다른 차량과 지속적으로 상호 통신하면서 교통정보와 서비스를 교환·공유하고 도로와 차량, 차량 상호 간, 차량과 사람의 양방향 통신을 통해 위험 상황에 대한 사전 대응 및 예방·회피를 중심으로 안전지향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주 골자다.

정부는 2013년 C-ITS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14년 시범사업, 2018년 실증사업을 시행했으며 한국판 뉴딜에 따라 2021년부터 전국 주요 도로를 대상으로 하는 2027년 전국 구축을 목표로 C-ITS를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으로 화재를 예방한다.

화재예방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화재감지 센서에서 전송되는 이상신호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해 위험 상황을 관리자에게 알려줘 초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로써 화재사고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신속, 정확하게 소방본부 상황실로 전달해 대형 화재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국민안전 확보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세가지의 제언을 주문하고 싶다.

첫째, 방재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현행 교육기관 및 교육프로그램은 소방에 치우쳐 있으며 다양한 재난 상황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방재기사라는 재난관련 직렬을 신설하고 관련 자격기준을 마련했으나 적절한 교육을 위한 교재가 부재하며 재난관련 교육프로그램 구축과 함께 기존 커리큘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새로운 교재 출판을 모색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한 전문가 양성으로 재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방재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비용 대비 편익을 가늠하기 어려워 예산 투입 또는 증액이 쉽지 않아 관련 고급인력의 유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방재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보상체계 구축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방재시설에 대한 투자 강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 기반시설의 노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댐, 저수지, 하천 등 방재시설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미흡해 적재적소에 활용돼야 할 예산 확보가 어렵다.

즉 국가 기반시설의 노후화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에 대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

2023년 국토부 SOC 예산 약 20조원 중 유지관리의 비용은 6조원 규모이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미국 3,050억 달러, 일본 547조 엔, 독일 1,416억 유로를 투자 계획이며 민간자본도 적극 유치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유지보수 투자비가 신설을 앞지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신규 SOC 투자 대비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거부감 극복이 필요하다.

셋째, R&D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재난을 예방, 대비, 대응, 복구하는 전단계에 걸쳐 최신의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R&D는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행 계획은 다양하고 불확실하게 발생하고 있는 재난의 특성을 수용하기 어렵고 결국 사후대응식 대응과 복구에 치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양한 재난의 형태에 대한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서는 하향식 연구과제 수행과 함께 상향식 과제 도출을 병행해야 하며 특히 과제 평가와 관련한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3 방재의 날 메시지.

▲3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로 한국방재학회의 모든 사업이 원할히 진행되지 못했다.

국가 간 이동이 제한돼 해외 학회와의 교류가 단절됐고 비대면을 통한 학회 구성원 간 소통은 사업의 실행력을 많이 낮췄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남은 임기동안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학회의 활동을 복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재난 예방을 위한 국가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연구 데이터를 확보, 정부에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건의 할 예정이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후 시설물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성수대교를 점검 및 보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면 붕괴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니라고 본다.

광주 학동 아파트 참사, 분당 정자교 붕괴 등의 사고로 미뤄볼 때 한국사회의 방재는 사후약방문의 악순환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대한민국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사회든 똑같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사고로 인한 피해와 비용을 치른 후 방재에 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결국 벌어진 사고가 재발되지 않게끔 방재에 대한 체제를 갖춰 나가며 면역력을 키우는 일련의 과정이 있어야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