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 생산전문기업 도약
두산에너빌리티,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 생산전문기업 도약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3.03.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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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SMR 주기기 실물공개 임박… 금형제작 완료

SMR 냉각방식 대분류 4종 중 2종 선점 ‘쾌거’

제작용량 확대·혁신기술 확보… 수익성 극대화

연평균 1조 2400억원 규모 주기기 수주 목표

두산에너빌리티가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생산전문기업(Foundry)으로 도약한다. 세계적인 SMR 설계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미래 SMR 수요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두산은 현재 미국 뉴스케일파워 및 엑스-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하며 핵심기자재 공급협약을 맺고 있다. 미국 정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는 SMR 개발사(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와 손잡고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두산의 협력관계는 결실을 맺고 있다. 뉴스케일파워가 추진하는 SMR의 소재 제작에 필요한 금형 제작을 완료했으며, 올해 말 원자로 제작에 돌입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SMR 주기기 실물을 내놓게 된 것이다.

엑스-에너지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두산은 엑스-에너지가 발행하는 전환사채에 대한 지분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두산은 SMR 수주확대를 발판삼아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2023년 SMR 사업에서 6000억원 수주를 목표로 삼았다. 오는 203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조 2400억원 규모의 SMR 주기기를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수주확대에 대비한 준비도 착실하다. SMR시장 확대에 대비한 전용공장 신축 등 제작용량을 확대하고 혁신 제작기술을 확보해 납기 단축과 가격경쟁력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상용화가 유력한 뉴스케일파워의 SMR과 방식의 SMR 대량생산을 추진한다.

시장전망은 밝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글로벌 SMR 시장은 2035년 63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 3.2%가 예상된다. 미국 국립연구소(INL)는 신규 건설원전 중 SMR 비중이 2050년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 사업전략 키워드 ‘선택과 집중’

두산은 올해 사업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며 총 8조 6천억원의 수주목표를 세웠다. 대형원전과 SMR, 가스터빈, 신재생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부문을 집중 육성한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원전의 실적향상이 기대된다. 체코, 폴란드, 사우디를 중심으로 원전수출을 위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고, 슬로베니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으로도 영업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두산은 지난해 말 약 1조 6000억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발전소 2차측(Turbine Island, 터빈과 발전기에 관련된 기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공급 외에 해외 원전 건설공사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까지 원자력발전소 내 터빈건물, 수처리, 냉방시설 등 총 82개의 구조물을 건설하고, 터빈과 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이집트 정부가 요구하는 현지화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공 및 기자재 분야 현지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할 예정으로, 이집트-한국 양국 원전 산업계의 상생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수주도 이어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말 한국수력원자력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신고리 5·6호기와 동일한 한국 표준형 원자로 모델 APR1400 모델로 제작된다.

한편, 두산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 제작을 비롯해 대형원전 건설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34기의 원자로와 124기의 증기발생기를 공급했으며, 이중 11기의 원자로와 44기의 증기발생기를 해외로 수출했다. 한울 원전 1~6호기, 신고리 원전 3~6호기 등 국내 10개 원전 건설 공사에도 참여했다.

 

■ SMR 소재 제작 스타트

글로벌 SMR 파운드리를 추진하는 두산이 SMR 소재 제작에 착수했다.

최근 두산은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SMR 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재는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첫 SMR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UAMPS(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 미국 유타 주의 발전 사업자)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 발전소에 사용된다. 아이다호주에 건설되는 이 발전소는 2029년 준공을 목표로 1호기당 77MW의 원자로 모듈을 6대 설치해 총 462MW의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두산은 지난 2019년부터 뉴스케일파워와 SMR 제작성 검토 및 시제품 제작을 진행해 왔다. 2022년 4월에는 SMR 제작 착수 협약을 체결하고 원자로 소재 제작에 필요한 금형 제작도 완료했다.

이번 계약으로 UAMPS CFPP 발전소 원자로 모듈 6대 제작에 필요한 대형 단조품, 증기발생기 튜브, 용접자재 등 주요 소재를 제작하고, 올해 말에는 원자로 제작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두산과 뉴스케일파워는 2029년경 준공 예정인 후속 프로젝트의 기자재를 추가 제작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김종두 원자력BG장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최근 뉴스케일파워의 혁신적인 SMR 설계 인증을 법제화했으며, 이로써 뉴스케일 SMR이 세계 SMR 시장을 선도하고 있음이 입증됐다”며 “두산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청정 무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인 뉴스케일 SMR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케일파워는 지난 2020년 SMR 중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표준설계인증을 받았다. 현재까지 이 인증을 받은 것은 뉴스케일파워 모델이 유일하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UAMPS CFPP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동시에,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등 글로벌 전 지역으로 SMR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내부 이미지.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내부 이미지.

■ 4세대 SMR 사업 참여

두산은 지난 1월 미국의 4세대 고온가스로(High Temperature Gas-cooled Reactor)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와 지분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엑스-에너지가 개발하는 4세대 고온가스로(모델명 Xe-100) SMR은 총 발전용량 320MW 규모로 80MW 원자로 모듈 4기로 구성된다. 안전성이 강화된 테니스 공 크기의 차세대 핵연료를 사용하고, 운전 중 생산되는 565도의 높은 증기열은 전력생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4세대 고온가스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헬륨을 사용해 고온 운전이 가능하고, 고온의 열을 활용해 수전해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수소를 보다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종두 원자력BG장은 “엑스-에너지 4세대 고온가스로 SMR 사업에 핵심 기자재 공급사로 참여하게 돼 두산의 기술역량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앞으로 국내 개발 SMR 참여, 해외 선도 SMR 기자재 공급을 적극 추진해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고온가스로 SMR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0년 10월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 대상으로 엑스-에너지를 선정해 8000만 달러의 초기 지원금을 제공한 바 있으며, 총 12억 달러를 엑스-에너지의 차세대 고온가스로 SMR 실증을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