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마중물이 필요하다
[기자리뷰] 마중물이 필요하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3.02.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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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분양시장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의 대표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 주공)이 1·3대책의 지원을 받고도 계약률 70%에 머물렀고, 이보다 싼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초기계약률 60%에 그쳤다.

대장주 서울이 이렇다보니 수도권 시장도 우울하다. 미분양 아파트 1만 1035가구(12월 기준)가 적체된 가운데, 익히 알려진 송도, 동탄에 시흥, 수원 등의 하락폭이 매우 크다.

지방은 최악이다. 시세보다 싼 분양가로 성공한 창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다. 대구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1만 3445가구)이 쌓여 있고, 광양에서는 청약률이 저조하자 계약을 원점으로 되돌려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충남권역(천안·아산·홍성)의 미분양 증가율도 심상치 않다.

악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기준금리가 오르며 수요를 위축시켰고, 이로 인해 거래가 침체됐다. 이러한 거래공백이 장기화되자 급한 자금이 필요한 수요자들이 가격을 낮췄으며, 거래가 없는 가운데 나타난 급매는 새로운 집값이 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A는 2018년 수준의 가격 회기를 언급했고, B는 최소 5년에서 최대 7년의 침체와 횡보를 예고했다.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다소 낮춰진다 하더라도 이탈한 구매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주택업계는 이러한 위기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에서 440억원을 손절했다.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1천억원을 빌렸고, 대우건설이 후순위로 440억원을 보증섰다. 그러나 울산시장이 최악으로 치닫자 공사비 1600억원을 포기하고 보증선 440억원도 갚아버렸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사업부지의 가치가 800억원에 불과해 선순위 금융사들이 1천억원 중 560억원을 회수하면 대우는 220억원 밖에 받지 못한다. 물론 800억원에 매각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며, 언제 매각될지도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440억원을 날릴수도 있지만, 더 큰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이달 평촌센텀퍼스트 조합은 계약 직전 긴급총회를 열고 분양가 10% 인하 안을 통과시켰다. 저조한 청약률에 이은 대거 미분양이 예고되자 어떻게든 초기계약률을 끌어올리려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최근 분양에 나선 수원의 한 재건축 현장에서는 1천 가구에 달하는 재건축단지임에도 일반분양 500가구 중 단 250가구만이라도 초기에 계약됐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램을 내비췄다. 사업수익을 줄여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내놓았으며,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업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도 이들의 노력에 부응하는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됐던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업계에 숨고를 시간을 주는 것이며, 규제와 풍선효과, 유동성 폭주, 고금리를 겪으며 뒤틀린 시장이 제자리를 찾기 위한 작은 지원이다.

입춘(立春)이 차디찬 북극한파를 몰아내고 봄을 몰고 왔듯, 정부도 분양시장의 봄맞이를 마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