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서민 설 자리 없는 경매시장
[전문기자 리뷰] 서민 설 자리 없는 경매시장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2.07.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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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문기자 리뷰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았지만, 손해만 보고 있어요.”

2년 전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은 A씨는 시세보다 3,000만원 낮게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투자에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수개월이 지나도 낙찰받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았고, 아파트 시세도 낙찰가보다 훨씬 하락했다는 것이다.

A씨처럼 경매 탓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례는 많다.

이유는 한 가지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매를 통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값보다 급매물 시세가 더 내려간 곳이 많아졌고, 아파트 시세 하락으로 전·월세가격도 덩달아 내리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동산 구매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아 환금성마저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매 낙찰가율과 매각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각가율 평균은 72.8%. 지난해 77.1%에 비해 크게 밑돌았다. 매각율도 27%로 지난 2년 평균 매각율인 28.8%보다 낮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만해도 경매투자는 남녀노소에게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가 높았다”면서 “하지만 경매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경매업계는 ‘NPL’을 내세우고 있다.

NPL은 Non Performing Loan을 뜻하는 말로 금융기관이 개인이나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가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이다.

NPL물건이 경매시장에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금을 갚지 못한 기업과 개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금융기관은 회계기준(IFRS)을 맞추기 위해 부실채권을 유암코(연합자산관리회사), 우리F&I(우리AMC), 한국저당권거래소 등의 자산관리회사(AMC)에 매각한다. 자산관리회사는 이 부실채권의 담보물을 경매 또는 공매로 넘겨 채권을 회수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원래 NPL은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웠던 종목이다. 부실채권 전문업체가 수십개부터 수백개까지 물건을 묶어 채권을 처분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경매시장에서는 NPL을 모르면 바보다. 하지만 나도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서 “경매업계에서 NPL강의를 기획하고, 물건 정보를 공개하는 등 NPL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재테크를 원하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틈새투자처가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 고수와 전문가들만이 살아남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이는 곧 경매시장에도 서민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