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철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회장
[인터뷰] 최철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회장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2.05.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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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스마트 앞세워 글로벌 건설기계 강국 도약한다”

최첨단 핵심기술 개발 등 국가 R&D사업 박차

선진시장 공략 위한 필수요건 ‘친환경 제조과정’

반시장적 규제 건설기계수급조절제도 개선돼야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이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니·소형굴착기를 필두로 주목할 만한 시장개편을 달성했고, 해외에서는 중국의 침체를 유럽, 북미, 기타아시아지역이 상쇄하며 견실한 도약을 일궈냈다.

체크포인트는 6톤 이하 미니시장의 폭발적인 약진이다. 국내 미니시장은 2014년부터 연평균 15% 이상 확대되고 있다. 2018년에는 시장규모가 연간 3000대 선으로 늘어났으며, 2021년에는 5500대를 기록하며 국내 굴착기 총 판매량(1만 851대)의 50%를 돌파했다. 그 결과 국내 건설기계업계는 글로벌 생산역량 6위, 연간 10만대의 건설기계를 만들어내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같은 시기에 발맞춰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계의 대표 자리에 최철곤 회장이 취임했다. 최 회장은 국내 탑3 건설기계기업을 모두 거친 생산부문 최고 전문가로, 국내 업계에 글로벌 트렌드인 ‘친환경 제조과정’을 접목시킬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최철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회장을 만나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 제14대 회장에 취임하신 소감과 향후계획은.

▲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외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수출국가인 중국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북미 지역과 인도 등에서 약진하며 글로벌 생산규모 6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협회는 이러한 업계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전시회를 열고 수출지원단을 파견하며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러한 도약의 시기에 협회 회장직을 수행하게 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우리 건설기계산업은 과거 IMF와 금융위기 등 글로벌 악재에도 협회를 중심으로 결속해 난관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의 강점은 협력이다. 1년에 6회 이상의 이사회와 임원사 친목 모임 코세마클럽 행사를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중지를 모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저 또한 이러한 전통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도전에 관해서는 회원사의 뜻을 모아 협회를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국내외 건설기계산업의 현황은.

▲ 글로벌 건설기계시장 규모는 2015년부터 11% 이상 성장하며 2019년 2,027억불을 달성했다. 이는 조선 산업과 디스플레이 산업의 1.5배에 달하는 거대한 수준이다.

주요 생산국으로는 내수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중국, 전통적인 기계산업 강국인 일본, 독일, 스웨덴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건설기계기업 50위권에 미국 6개사, 중국 10개사 등이 있다. 건설기계 강자인 캐터필러(미국), 고마츠(일본)가 전체 시장의 23%(2021년 매출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XCMG, Sany 등이 내수시장 활성화와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국가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주요 업체들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판매·서비스망 확충, 제품 라인업 확대, 스마트 건설기계를 위한 ICT 기술 내재화, 친환경 건설기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은 2021년 기준 10조 2천억원이며, 생산역량은 글로벌 6위 수준이다. 굴착기가 64.2%, 지제차가 18.8%를 차지(금액 기준)한다. 수출은 6조 7천억원(6만 8천대)으로 굴착기와 지게차가 중심축을 맡고 있다.

완성차, 어태치먼트, 부품 제조 등 약 700개 기업에 5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중 약 680개 업체가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국내 대기업들은 굴착기, 지게차, 로더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전체 생산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크레인, 콘크리트 펌프 등을 생산하고 있으나, 비중은 낮다. 크레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기종이지만, 타워크레인은 가격경쟁력의 열세, 대형 이동식 크레인은 기술경쟁력의 열세로 국내에서는 중소형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 업계의 화두 친환경 트렌드와 우리 업계의 기술력은.

▲ 건설기계의 대당 탄소 배출량은 승용차와 화물차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 및 EU 등은 자동차의 유로6(Euro6)와 유사 수준의 베출가스 기준을 적용 중이며, 향후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U, 미국 등은 주요 도시 단위로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실행하고 있다. 도심 건설현장에서 친환경 건설기계 사용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글로벌 건설기계 업계에서는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동력원을 적용한 굴착기·로더 등 장비 및 충전 설비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건설기계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19%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소형(1~5톤급) 전기 굴착기 및 중형(20톤급) 하이브리드 로더 등이 개발이 완료됐다. 15톤급 수소연료전지 굴착기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업체 대비 기술경쟁력 수준은 83% 정도로 파악된다. 우리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종·소량 생산을 고려한 핵심부품 국산·공용화 및 충전인프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미래의 건설현장은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제조업체가 공사정보(BIM·CIM)와 연계해 장비운용계획을 수립하고 고장예지보전 등 플릿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건설기계 업계에서는 지능화·무인화 제품을 출시하고, 원격관리 솔루션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선진업체는 다양한 제품라인업을 바탕으로 수요처의 건설 프로젝트 계획 단계부터 협력해 플릿매니지먼트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국내 업계도 굴착기를 중심으로 머신 가이던스·컨트롤 적용 제품 출시 및 원격제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센서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통합 제어·관리 SW 개발역량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스마트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새로운 도약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 국내외에서 미니굴착기 부문이 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시각은.

▲ 굴착기, 휠로더 등 전 부문에 걸쳐 콤팩트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됨에 이같은 현상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의 도심현장은 친환경 미니장비가 주도하게 된다. 반면, 우리 건설기계업계는 이와 반대되는 중대형에 강점이 있다.

일본 제품이 점유하고 있는 국내 미니시장에서 기술 격차가 나타난다. 일본 제품들은 미니 장비의 MCV, 모터, 펌프 등 핵심부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제품들이 기술과 가격에서 밀리는 이유다.

협회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핵심기술·부품 국산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연말께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친환경·저탄소 부문도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앞으로는 생산 제품의 친환경성 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의 친환경성도 중요해진다. 이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수출증대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 업계가 선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생산과정과 핵심기술 국산화 등을 달성해야 한다. 과거 원가경쟁력으로 경쟁하던 시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건설기계산업은 각종 규제정책으로 인해 성장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제도가 건설기계수급제도다. 이 제도는 국제통상규범에 어긋나는 반시장적 규제다. 업계에서는 위헌적 요소도 있다고 주장한다.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차원의 검토가 시급하다.

협회는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보강해 정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관련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을 위한 건설기계 R&D 확대를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