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끗발 있는 정치인 장관
[기자수첩] 끗발 있는 정치인 장관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2.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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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원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지목해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추후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6일 기준).

원 후보자는 부동산을 비롯한 국토교통분야 전문가로 볼 수 없다. 그저 대선 기간 ‘대장동 일타강사’로 활약한 것이 전부라면 전부다. 오히려 제주도지사 시절 중국인들의 토지 주택 매수로 침체기를 겪게 한 악례를 지니고 있다.

원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의 추진력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3년 6개월간 최장수 재임한 김현미 전 장관이 대표적 예다. 문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양도소득세 등 세제와 금융 분야가 있음에도 경제부총리가 아닌 김 전 장관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였다.

그러나 국토부의 힘은 그동안 어떠했는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기획재정부 눈치를 봐야하고 부동산 세제나 대출 규제 역시 기재부나 금융위와 협업해야 한다. 또 양질의 건설기초자재를 생산해야 하는데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환경파괴를 거론하면 몸을 사렸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언급하면 덩달아 규제와 처벌 강화에만 일조했다. 원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타 부처와의 협업 과정에서 합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원 후보자 청문회는 그럼에도 ‘오등봉 민간특례 개발사업’과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만 기억에 남는다. 국정운영 검증 과정도 그저 부동산에만 집중돼 있었다. 국토교통분야는 국가 인프라 구축, 건설산업 진흥 및 교통과 물류, 항공까지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산재한데 '집값'만 운운한 것이다. 여담으로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면 차라리 그 자리에 부동산부를 따로 만들라는 우스갯소리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국토부와 직접 상생해야 하는 산업계를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김희국 의원 정도만 이를 언급했다. 현재 국토부 실국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설산업계는 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건설산업생산체계 개편’이라는 명분으로 부실시공 붕괴를 막기 위해 탄생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또 직접시공을 원칙으로 하는 전문업체들은 수주불균형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다. 국토부의 업역 폐지는 오히려 약자의 생태계를 파괴한 꼴만 만들었는데 청문회에서 원 후보자는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과 교통이 핵심이다. 특히 부동산을 비롯한 건설산업 분야가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부처다. 국토부 장관이 되려면 건설산업에 대해 깊이 연구를 해야 한다. 의혹 해소에 집중해서 그런 건지, 관심이 없어서 언급을 못 한건지. 어느 이유가 됐든 당장 전문적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 후보자에게 걸 수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추진하는 그 ‘힘 있는 끗발’이다. 원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부디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장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