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지옥
[기자리뷰] 지옥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1.12.0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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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흥행하고 있다. 죄 지은 자에게 무시무시한 지옥행 형벌이 내려지는 내용으로, 죄 짓고 살지 말라는 교훈을 전한다. 그러나 드라마 중반 갓 태어난 신생아가 지옥행을 선고받으며 반전이 생긴다. 신생아는 죄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도 지옥행을 선고받는 이들이 있다. 영혼(활용 가능한 모든 대출)까지 끌어 모아 집을 장만한 영끌족 이야기다.

영끌족은 금수저도 아니요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또한, 개발호재를 악용해 이득을 얻은 투기세력도 아니며, 용도를 변경해 주택사업을 가능하게 한 특정세력도 아니다. 이들을 정의할 가장 적당한 표현은 ‘내 집 마련 적령기에 도달한 3040세대’다.

주택담보대출 40% 제한에 걸려 부득이하게 제2금융권을 활용하고 신용대출과 보험담보대출 등 모을 수 있는 자금을 다 활용해야 했던 자들이다. 연체와 무관한, 성실한 경제활동을 펼쳐온 사람들 바로 ‘서민’이다.

이들이 왜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했나. 이유는 집값이 올라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을 만큼 빨리.

연말을 맞아 죄 없는 영끌족은 무시무시한 고통을 받고 있다. 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주택을 담보로 40% 밖에 받지 못해서다.

이들은 정부가 투기세력을 규제한답시고 강화한 대출한도 축소로 인해 비싼 이자를 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로 올려 주택담보대출금리 6% 임박이 예고된다. 내년 1분기 중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언급된다. 무시무시하다.

서민은 왜 영끌족이 되었나.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문정부는 영끌족과 같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답시고 집권 4년 7개월 동안 규제일변도 정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집값은 무섭게 올랐다. 시각을 달리하면 정부가 작정하고 집값을 올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한 예로, 정부는 내년 수도권 집값상승률을 5.1%로 예상하며 세수 추계를 짜고 있다. 부총리와 국토부장관이 앞에서는 고점이라 떠들며 뒤에서는 계속 오를 것이라 판단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이제 도심의 집은 영끌로도 살 수 없을 만큼 올랐다. 주택공급난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에는 오피스텔 단타족이 기승이다.

신길 AK 푸르지오에 12만 5919명이 몰려 1312대 1,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에 12만 4427명이 청약해 13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00실 미만으로 전매제한이 없자 웃돈을 받고 팔려는 단타족이 몰렸다. 분양에 희망이 없자 간간이 나오는 오피스텔에 목을 매는, 정부가 만든 세태다.

다만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규제가 적어 실수요와 투기수요, 현금부자 등 모든 이들이 몰린다. 이로 인해 정작 주거용을 목적으로 한 실수요는 경쟁에서 밀린다.

그렇다고 오피스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서울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올해 1만 4922실로 지난해보다 25% 줄었고, 내년에는 7793실로 급감한다. 이제서야 규제해본들 뒷북이다.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음 정부에서는 공급부문이 해소될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나 말과 달리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는 주택공급(부지확보)은 요원하다. 과천 등에서는 강력한 지역반발로 공급계획을 철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 결과가 2022년과 2023년에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겨우 2만 가구를 넘는 역대 최저수준에 근접한다.

2021년의 대미를 장식할 12월,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상황처럼, 부동산시장에도 악재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