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층간소음, 더 이상 침묵할 일이 아니다
[국토일보 현장 25時] 층간소음, 더 이상 침묵할 일이 아니다
  • 국토일보
  • 승인 2021.10.07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석 국토일보 건축부문 전문기자 / 건축사 / (주)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층간소음, 더 이상 침묵할 일이 아니다

이 종 석 대표이사
이 종 석 대표이사

층간소음은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화 된지가 꽤 오래됐다. 얼마 전 여수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 사건 역시 층간소음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러한 갈등을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이제 우리사회가 너무도 광범위하게 앓고 있는 병이 됐다.

정부는 언제까지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끌고 가려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파트 층간소음은 주민들이 만족할 만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기술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압축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주거문제는 항상 어려운 숙제였다. 아무리 공급을 해도 늘 모자라는 게 주거공간이었고,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많은 주거공간을 공급하려다보니 1970년대부터 단독주택보다는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겹겹이 살 수 있는 아파트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의외로 환영받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현상이 외국인들의 눈에 생소하게 보였다는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 아파트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었고 이왕이면 같은 면적의 부지에 더 많은 세대를 수용하기 위해 층고를 조금이라도 낮춘다면 한층이라도 더 확보해 분양수익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욕구는 결국 기둥식 아파트 구조를 벽식구조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벽식구조는 거푸집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기둥, 보, 스라브로 이뤄진 기존 구조에 비해 단순해 공기를 단축할 뿐만 아니라 보춤에 의한 천정속 공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층고를 대폭 낮출 수 있으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그렇지만 이때부터 층간소음의 문제가 대두됐다. 다름 아닌 벽식구조 아파트의 공급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스라브 두께가 구조적인 조건만 충족했던 시대에는 지금보다 문제가 더했겠지만 근본원인은 구조벽을 통해 전달되는 층간소음이 훨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노력해온 것도 사실이다. 슬래브의 두께와 강성을 높이고, 바닥 충격음의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진패드를 반영한 각종 특허, 신기술 개발 등의 기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러한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법적으로 규정을 정한다 하더라도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와 민감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도 하지만 충격음이 위 아래층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온돌문화가 우리의 생활양식을 지배해 왔다. 난방방식 뿐만 아니라 건축양식, 실내가구는 물론 건축재료, 심지어 음식문화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좌식문화는 우리 생활예절의 기본 틀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온돌과 좌식문화는 우리 생활양식의 기본인 셈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아래층의 층간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내화를 신거나 카펫을 밟고 사는 것은 정말 어색하고 불편한 생활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불행하게도 기존의 온돌구조를 다층화한 구조로 시작했다. 실제 아파트 초기에는 아궁이를 통해 난방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시작된 아파트에서 온돌과 좌식문화를 버리지는 못한 것이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발꿈치로 쿵쿵거리며 걷거나 가구를 끌면서도 아래층의 불편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그럴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게 정확할 수도 있다.

사실 외국에서 아파트 생활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외국의 아파트 층간소음이 한국보다 더 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아파트에서는 기본적으로 카펫을 깔고 그 위에 실내화를 신고 생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입식생활의 기본조건일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의 공동주택 생활규칙이나 법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엄격하다.

이제는 층간소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원인을 찾기도 전에 건설업자를 죄인으로 몰아붙이거나 우리나라 건축기술을 깎아 내려서는 곤란하다.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물량위주의 주거공급 정책에서는 벽식구조 아파트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고 층간소음은 영원할 것이다.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기술개발이나 투자도 좋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식의 변화도 이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