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27주년특집] 석유기업, ‘해상풍력’ 사업 진출 박차···미래시장 선점
[창사27주년특집] 석유기업, ‘해상풍력’ 사업 진출 박차···미래시장 선점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1.03.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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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재생에너지 에너지권력 이동 ‘주목’
인프라·노하우 활용 재생E 신먹거리 확보
정부 ‘2030년 5대 해상풍력강국’ 목표 추진
석유공사, 동해1가스전 역할···시너지 창출
동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
동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전 세계 국가들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에서 주로 논의됐던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이제 범 지구 차원의 이슈로 확대됐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과 그린에너지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유럽그린딜’을 발표했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2020년 9월, 한국과 일본은 10월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후 문제에 소흘했던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도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파리기후협약 복귀와 함께 ‘그린뉴딜’ 정책 추진으로 탈탄소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각 국 정부는 탈탄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시류에 발맞춰 과거 석유산업의 위상을 앞으로는 재생에너지가 이어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신빙성을 얻고 있다.

특히 과거 북해 유전을 개발하던 유럽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자사의 업력을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확대하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 이익 확대 나선 석유기업들···아시아 진출 박차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다. 화석연료의 고갈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며 에너지 사용이 필수적인 인류는 대체에너지 확보에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기후·환경 보존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된 명제다. 하지만 최근 이와 같은 단순한 논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즉, 기업들이 단순히 환경 보존만을 생각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 상승을 위해 그린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석유자원으로 에너지 권력을 잡았던 석유기업들의 재생에너지로의 사업 전환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세기 최대 교역품은 석유였다. 국내 수입 품목 1위도 원유였고, 석유를 확보한 나라와 기업은 큰 부와 국제 질서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유럽 석유회사들은 20세기 초 중동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석유 개발을 주도, 부를 창출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시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는 석유기업들의 실적과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기후악당’이라는 악명은 기업의 이미지 훼손을 가져와 이익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석유기업들은 원유 생산을 위한 해양플랜트 사업과 함께 성장했지만, 2010년대 이후 조선 해양산업의 위기로 원유사업은 어려움에 처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축적된 인프라와 육상과 해상에서 대형 석유생산 시설을 건설한 경험을 토대로 재생에너지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메이저 국영석유회사였던 에퀴노르는 2035년까지 16GW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탈리아의 ENI는 2035년까지 25GW, 프랑스의 토탈은 2025년까지 35GW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로열더치셀(Shell), 스페인 렙솔(Repsol)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석유회사인 영국의 BP는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량은 40% 줄이고, 재생에너지 50GW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9년 한해에만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발전 100GW, 풍력 발전 60GW, 총 160GW의 재생에너지 시설이 추가됐다. 에너지정보업체 우드맥킨지는 2020년부터 향후 10년간 매년 250GW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신규로 건설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BP(영국국영석유회사)의 에너지전망 보고서는 한발 더 나아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300GW의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설치되고, 2030년 이후에는 매년 500GW가 설치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BP도 이 같은 예측 하에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BP사 최고경영자 버나드 루니는 ‘석유 수요의 정점은 2019년으로 끝났다’며 저탄소 배출 사업을 현재보다 10배 늘려 연간 5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미국의 해상풍력발전에 11억 달러(1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유럽 시장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각국 발전량에서 30~4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만을 무대로 이와 같은 계획을 실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미주와 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미 에퀴노르, BP, 토탈 등은 한국 등 아시아에 진출해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국내 주요 부유식 해상 풍력 사업 계획 현황.
국내 주요 부유식 해상 풍력 사업 계획 현황.

■ 한국 해상풍력확대 목표···잠재력 충분

한국은 탄소중립 선언 이후, 2020년 12월 발표된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을 크게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체 발전량의 6.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30년까지 20.8%로 약 3배 이상 증가를 목표로 삼았다.

이 중 현재 1.3GW인 풍력발전 설비는 2034년까지 24.9GW로 약 19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약 560여기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단순 산술 계산으로 19배를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 설치된 560기의 풍력발전기가 19배인 약 1만600기로 늘어나야 한다.

최지웅 석유공사 에너지정보팀 과장은 “한국의 대표적 풍력 시설인 대관령 풍력단지에 53기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있는데, 그러한 풍력 단지가 약 190개 더 생겨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국토가 좁고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해상 풍력은 태양광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국내 해상 풍력 분야은 향후 다른 나라와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다양한 잠재력도 있다. 풍력 발전의 핵심인 터빈과 블레이드 분야는 아직 유럽과 차이가 있지만, 풍력 발전기 기둥과 하부 구조물 제작에서는 세계 정상급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상 풍력은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조선업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석유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해상풍력사업을 통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부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석유공사가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과 부합한 적절한 투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국내 풍력산업의 핵심부품 기술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고, 국산 점유율도 절반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술개발 단계부터 국내 중소부품기업들을 적극 참여시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기업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협약식’에서 석유공사 양수영 사장(오른쪽), 두산중공업 정연인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협약식’에서 석유공사 양수영 사장(오른쪽), 두산중공업 정연인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석유공사···‘부유식 해상풍력 시대’ 준비
   현대·두산重 한국형 부유식 풍력 발전 협력 협약
   동해1 가스전, 200MW 규모 해상풍력 추진

한국석유공사(사장 양수영)는 국내 중공업 업계와 협력해 재생에너지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현대중공업(주), 두산중공업과 ‘동해1 한국형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체계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식’을 갖고, 본격적인 해상풍력사업 추진을 위한 참여사간 협력체계 강화에 나섰다.

석유공사는 동해1 가스전 생산시설을 활용한 200MW 규모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한국동서발전과 노르웨이 에퀴노르와 공동 추진하고 있다. 동해1 가스전은 2022년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며 울산 남동쪽 58Km 해상에 위치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아직 연구개발(R&D)단계에 머물러있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모델’을 최초로 사업화하는 것으로서, 본격적인 해상 풍력발전 시대를 연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석유공사는 해상플랜트 운영경험을 살려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현대중공업은 세계최고 수준의 조선해양기술력을 바탕으로 부유체 해상구조물 설계·제작·설치분야의 기술검토를 맡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 발전기의 제작을 맡는다. 포스코는 해상구조물용 고성능 철강재료 공급 및 경제성 향상기술을 개발하고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제작 등, 각 사는 전문분야별 중심 기능을 수행하고 중소기업 육성을 포함한 관련업계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세진중공업, 우리기술 등 풍력발전 소재 기업들과도 협력하면서 한국형 풍력발전의 구심점을 창출할 계획이다.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은 협약식에서 “정부 그린뉴딜 정책의 적극적 수행과 국내기술을 활용한 설비 국산화로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산업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관련 시설 건설을 통한 2만5,000개의 일자리창출과 전후방사업의 연관효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해상풍력 발전 방안’에 따르면, 울산 및 동남권에 약 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착공될 예정이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현재 100MW 수준에서 2030년 최대 19GW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석유공사의 동해1 가스전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