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음식물쓰레기 적정처리, 제도정비 시급하다
[제언] 음식물쓰레기 적정처리, 제도정비 시급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20.07.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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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 오물분쇄기 처리 기준 지켜지지 않고, 현실적으로 과태료 처벌도 쉽지 않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물 낭비, 관로 막힘, 하수처리 비용, 하천 수질 악화 등
건축시공기술사 김형성. (경기도건설본부건축자문위원, 안양시건축자문위원)

요즘처럼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은 여름에 집에서 요리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와 잔반은 한나절만 치우지 않아도 악취와 더불어 세균의 온상이 되고 있다.

아파트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이 어찌 보면 그리 힘든 것이 아니지만 여름철 악취나 겨울이나 장마철 등 날씨가 짓궂은 날에는 여간 귀찮고 불편할뿐더러 엘리베이터 내 악취까지 생각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가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기존의 아파트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설치하거나 신축 아파트는 ‘음식물 쓰레기 자동이송설비시스템’을 채택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음식물 쓰레기 자동이송설비시스템’은 통상 신축아파트(재개발, 재건축, 정비조합 등)에서 많이 적용하는 방법이다.

음식물 쓰레기 자동이송설비시스템은 건물 신축 시 주방에서 단지 내 집하장까지 전용배관시설을 통해 자동으로 악취 없이 즉시 이송해 전문 수거업체를 통해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동이송 시스템은 신축공사 시 설치해야 하므로 공사비는 입주가가 부담하게 된다. 장점으로는 주방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하지 않고 싱크대 전용 배출구를 통해서 즉시 배출이 가능하므로 악취 없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쓰레기 투입 시 중량 측정이 가능하므로 본인의 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사용자의 편리함과 아파트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좋아 새로운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환경부 고시 제2012-203호 제2조(판매·사용금지의 예외) 기준에 따라 임의로 조작할 수 없는 일체형으로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제 3조에 근거한 안전인증(KC)을 받은 제품을 판매, 사용할 수 있다.

고시의 기준을 따르면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는 20% 미만을 하수도로 배출하고 2차 처리기에 모인 나머지 80%는 소비자가 회수하여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그러나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 실상을 보면 100%로 하수도를 통하여 배출되고 있다.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20% 미만을 하수도로 배출하여야 하고, 나머지 80% 이상은 소비자가 2차 처리기(회수통)를 회수해 종량재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고 했지만 실지 사용자는 번거로움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물 쓰레기는 분쇄 후 하수도를 통해 버리고 있다.

분쇄된 음식물 쓰레기는 하수도 막힘 현상 때문에 물과 함께 흘려 내려 보내야 하므로 불필요한 물이 사용돼야 하고 이는 하수종말처리장의 용량 과부하 발생, 수 처리비용 상승과 처리시설 주변 악취 발생, 하천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일부 홈쇼핑 방송과 온라인 판매점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전량 배출해도 되는 것처럼 안내하는 광고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난 2019년 9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11개 홈쇼핑 채널, 온라인 쇼핑몰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불법 주방용 오물분쇄기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는 하수도로 100% 배출하는 제품은 불법제품(개·변조 제품 포함)으로 판매,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사용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판매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벌금을 부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품 판매자는 인증을 받을 때에는 기준을 통과하여 인증을 받은 후 정작 판매를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해서 100% 배출이 가능하다고 공공연하게 광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자는 문제에 대한 인식 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 후 처리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하수도로 버리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단속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주택을 일일이 방문해 점검할 방법도 없고 인력도 없다. 시행할 수 없는 기준을 정하기보다는 사용자가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에 대해 개선점을 찾아보면 첫째, 20%이하 배출, 80%이상 회수의 기준을 사용자가 현실적으로 지킬 수가 없는 방법이고 기준이다.

성능 인증시험에서는 가능하겠지만 다수의 사용자가 성능인증시험처럼 기술적, 기계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측정할 수 없는 20%-80%의 애매모호한 기준 보다는 분쇄된 음식물 쓰레기가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일정 크기 이하로 분쇄를 못하도록 하고 거름망 등을 통해 분쇄물을 의무적으로 전량 회수가 가능한 제품을 인증하는 방법으로 개선해야 한다.

둘째, 첫 번째의 방법과 더불어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일정량 이상을 하수도로 버릴 경우에는 중량 측정이 가능한 제품을 인증하여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잘못된 기준과 무분별한 사용으로 하수도로 마구 흘려보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서 발생되는 비용과 환경오염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다른 다수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고 국민의 안전한 생활과 하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