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숲 속 공항으로 변신한 김포국제공항
[기획] 숲 속 공항으로 변신한 김포국제공항
  • 국토일보
  • 승인 2019.11.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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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제선, 국내선 실내 입면녹화 조성해 쾌적한 공기질 제공

김포국제공항 대합실 등 실내가 쾌적한 숲 속으로 변신하고 있어 고객들의 호응이 커지고 있다.

‘공항’ 하면 넓은 활주로나 푸른 하늘이 먼저 떠오르지만, 대합실에 대한 기억은 미미하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일이다.

만약 이곳이 색다른 여유와 추억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싱싱하고 푸른 식물과 진한 국화향이 베어나는 매력적인 공간이 선물처럼 숨어있는 김포국제공항을 찾아 가봤다.

입국장 수하물 수취장에 식생녹화를 조성해 고객들이 한층 상쾌한 마음으로 짐을 찾을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벽면까지 수직정원으로 녹색 단장한 입국장
입국장은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긴 여행 끝에도 긴장감을 놓지 않는 곳이다.

분실이나 짐이 뒤바뀔 염려에 컨베이어벨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는 승객들에게 “수취장에서 무엇을 보셨어요?”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난감해할 것이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면인 데다 짐 찾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던 사람들이 무엇을 보았겠는가.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1층 도착대합실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16년 12월이다.

2층 도착층에서 수하물 수취장으로 향하는 승객들의 발걸음이 한결 느긋해 보인다.

무빙워크를 타고 내려오는 입국 승객들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 것은 캐로셀(사하물 컨벤이어 벨트)이 아니라 벽면을 가득 채운 녹색식물들이다. 

한국공항공사(사장 손창완) 서울지역본부 최준용 토목조경팀장은 “도착대합실 한쪽 벽면, 수하물 수취대 상부와 기둥, 계단 하부 등을 식물로 조경했습니다. 조경할 때는 이용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녹시율을 확보하기 위해 벽면 녹화를 전격적으로 도입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녹시율(綠視率)이란 일정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의 시계 내에서 식물의 잎이 점하고 있는 비율이다.

사람은 일정 비율 이상의 녹색 공간이 확보되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실내의 경우 녹시율이 50%일 때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곳에서는 녹시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벽면, 캐로셀 상부, 기둥 등 틈새 공간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식재된 식물들은 스파티필름, 구즈마니아, 팔손이, 스킨답서스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잎을 관상하기 위해 기르는 관엽식물들이 대부분이다. ‘꽃식물이 있으면 더 예쁘겠다’는 피드백을 종종 받지만 꽃식물의 경우 햇빛이 들지 않는 환경에서는 개화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국제선 대합실 천정에도 식생녹화 식물들이 샹들리에처럼 달려있다.

▲분주함보단 안도감 느낄 수 있도록 조성
최준용 팀장은 조경을 바꾼 이후 모니터링 결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자랑했다. 수하물 수취장은 공간의 특성상 짐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분주해 자칫 여유를 잃기 쉬운 곳이다.

이용객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순식간에 휑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입국하는 이들의 의전을 담당하는 한 A항공사 직원은 “이곳은 원래 여유를 느낄 수 없는 공간이었어요. 이제는 기다리면서 잠시 앉아 녹색식물을 바라보며 좀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라며 바람을 내비쳤다.

실제로 대부분의 이용객들은 캐로셀 앞에 선 채, 컨베이어벨트 돌아가는 모습만 내려다보고 있다.

그래도 이따금 고개를 들면 벽면에 빼곡한 녹색식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짐 찾는데 정신이 쏠려 있어 눈앞에 식물들이 이렇게 많이 심겨 있다는 걸 미처 못 느끼고 있었어요. 녹색 식물들이 많으니까 기분이 한결 좋아지네요”

짐을 기다리던 한 고객이 캐로셀 위쪽의 녹색식물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짓는다.

이렇듯 이용객들의 공항 조경시설의 민족도가 높아지고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듬해인 2017년엔 일반대합실까지 대대적인 녹화사업을 시행해 공항 전체가 푸르름이 가득해지면 쾌적한 실내공기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화 전시회는 올해가 ‘12회째’로 공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국내선 대합실에 12년째 국화전시회 한창
요즘 국내선 대합실에 국화전시회가 한창이다.

한국공항공사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국화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올해가 ‘12회째’로 공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전시회가 시작되면 일부러 찾아와 가을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시장엔 백봉, 월후사자, 금봉 등 14종류의 품종으로 총 200여 점의 국화들이 가득하다.

특히 여러 개의 화분을 이어서 만든 대형 비행기 모양의 분재는 국화 전시회의 백미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관제탑, 한국공항공사 로고(KAC), 하트, 아치 등 다양한 모양으로 ‘꽃단장’한 분재들이 선보여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들은 모두 지난여름 내내 조경현장 직원들이 정성 들여 가꾸고 매만진 것 들이다.

공사에서 조경업무 한길만 걸어온 김재봉 소장은 “전시회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1년 내내 가꾼 꽃들입니다. 축제날에 딱 맞춰 절정을 이루게 하느라 현장 직원들이 모두 국화꽃 눈치를 봤어요. 다행히 전시회 날짜에 맞춰 함께 펴주니 고마울 따름이죠”라고 말했다.

조경현장 직원들은 혹시라도 성질 급한 놈들이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꽃망울을 터트릴까 노심초사 했다고 한다.  전시회 기간은 지난달 16일 시작으로 11월 6일까지 3주간 진행했다.

◆인터뷰 - 최준용 토목조경팀장

입면녹화 전격 도입해 쾌적한 실내공기 제공
‘숲 속 공항’ 조성 열정… 공항 ‘그린경영’ 바람

 

최준용 팀장이 국제선 출구를 통하는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조성된 입면녹화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 김포공항 국내선 및 국제선 대합실이 녹색공원으로 탈바꿈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장본인은 한국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 토목조경팀을 총괄하고 있는 최준용 팀장이다.

최 팀장은 “밖에서는 미세먼지가 급증해 국민들이 적지않은 고생을 겪는 것을 감안했을때, 공항을 이용할 때만이라도 최대한 쾌적한 실내 공기질을 제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면녹화사업을 2016년에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보통 입면녹화 사업은 큰 비용은 소요되지 않지만 기존 시설에 예산을 추가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5년째 토목조경팀을 이끌고 있는 최 팀장의 ‘푸르른 숲 속 공항’ 조성 열정이 결국 반영돼 한국공항공사에도 ‘그린경영’ 바람이 불게 됐다.

실내 입면녹화시설을 전격 도입, 설치하면서 ▲실내 공기정화 ▲온도조절 ▲고객 쾌적감 향상 ▲항공사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 스트레스 감소 ▲공항 이미지 쇄신 제고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났다.

‘숲 속 공항’ 변신을 주도한 최준용 팀장은 “입면녹화 이후 실내 미세먼지 수치가 약 20∼30% 정도 낮아져 이용객들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새로 지어지는 신규공항에도 입면 녹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용 팀장, 김재봉 현장소장과 공사 감독 등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푸르름이 가득한 숲속 공항으로 탈바꿈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