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자동측정망(TMS) 국산화 적용 눈 돌릴때
[전문기자 리뷰] 자동측정망(TMS) 국산화 적용 눈 돌릴때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9.10.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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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대기업 공장장들이 증인으로 불려나와 혼쭐이 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은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GS칼텍스 등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석유화학업종 대기업들로써, 대기오염물질 측정기록을 조작해 오다가 지난 4월 지방환경청 단속에 적발돼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대기업들은 계약을 맺은 측정대행업체들과 짜고 1급 발암물질인 페놀, 염화비닐 등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허용기준치 이내로 4년간 총 1만건이 넘게 상습 조작해 온 민낯이 드러났다.

여수산단 입주 대기업의 이같은 ‘도덕적 해이’는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투입돼야 하는 시설개선 투자보다는 훨씬 금액이 적은 배출부과금을 내면 된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자사의 예산절감과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기준치의 수십배가 되는 발암물질을 내뿜어도 된다는 발상도 한몫 했을 것이다.

대기업과 측정업체가 서로 담합해 기록을 조작하는 것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환노위 한정애 의원은 올 국감에서 “굴뚝 TMS는 언제든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625곳 대형사업장에 설치된 굴뚝 자동측정망(TMS)들은 디지털 전송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작이 가능한 ‘허점’이 늘 상존해 왔다.  

환경부가 2012년 굴뚝 TMS 디지털화를 추진할 당시 독일, 덴마크 등 외산제품이 국내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하지만 국가별, 제조사별 장비의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측정기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데이터 전송으로 측정 오류나 조작이 빈번해 진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측정기기별 특성을 반영해 실제해당 장비 측정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나 상태정보가 관제센터에 전송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사용자가 조작을 못하도록 관리자 모드에서 조작기록을 강제로 남기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면 여수산단같은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외국산이 대다수인 TMS를 도입시 장비의 맹점을 미리 파악해 사용자 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원천 차단하지 못한 점도 대기업들의 비위 행위를 부추긴 셈이다.

그동안 정부는 TMS 국산화 R&D에 천억원이 훌쩍 넘는 예산을 쏟으며 국내업체 기술력을 향상시킨 만큼, 이제는 국산 장비로 TMS를 운용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