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투자 위축… "방향 전환하고 대대적 투자 이뤄져야"
SOC투자 위축… "방향 전환하고 대대적 투자 이뤄져야"
  • 김준현 기자
  • 승인 2019.07.0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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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은 해소하고 노후는 빠르게 개선, 미래투자는 과감하게"
'일자리창출·경제활력 회복 위한 SOC 토론회'서 투자정책 방향 설정
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 송석준 의원 주최, 대한건설협회 주관으로 '일자리 창출·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SOC투자 토론회'가 진행됐다.(사진은 송석준 의원 개회사 모습.)
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 송석준 의원 주최, 대한건설협회 주관으로 '일자리 창출·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SOC투자 토론회'가 진행됐다.(사진은 송석준 의원 개회사 모습.)

[국토일보 김준현 기자] SOC투자가 단순히 물량 위주가 아닌 생활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하고, 이에 맞는 대대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압축성장기에 집중 건설된 국내 시설 인프라는 급속도로 노후화됨에 따라 유지보수가 시급한 상황이고, 대도시권의 교통 혼잡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생활 인프라의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나아가 미래시대를 대비한 스마트 인프라를 지원해야 함에도 정부가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건설협회(회장 유주현)가 주관한 ‘일자리 창출·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SOC투자 토론회’에서 이와 같은 목소리가 집중돼 관심이 모아졌다.

건설산업연구원 이승우 실장이 '인프라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승우 실장이 '인프라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먼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승우 인프라금융연구실장은 발제를 통해 인프라 페러다임 전환 3대 핵심 이슈를 ▲급격한 노후 인프라에 따른 시급한 대처 ▲국민생활 밀접한 인프라 확충 ▲스마트시티·자율주행차·드론 등 질적 인프라 구축으로 규정했다.

이승우 실장은 “노후, 생활, 스마트 등 인프라 수요의 새로운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며 생활SOC 투자라는 단기적 계획이 아닌 지속가능한 장기적 투자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SOC 투자 정책 기조의 문제점은 ‘생활형SOC’라는 자의적 해석과 잘못된 접근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또 SOC가 경제성장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이 SOC에 맞추는 것이기에 정부의 양적인 SOC투자가 충분하다는 주장은 위험한 판단이라는 의견이다.

주 원 실장은 “정부가 말하는 SOC 양적 투자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며 “경제현황에 맞춰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 아닌, 향후 경제전망에 맞춰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 SOC사업이다”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정책의 체계성 확보 및 효과 극대화를 위한 SOC 투자의 중앙집권화를 강조했다.

패널토론회 나선 관계자들. (왼쪽부터 건산연 이승우 연구실장,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경제연구실장, 국토부 이정희 과장, 서정철 대우건설 상무, 이복남 서울대 교슈, 이상건 국토연 선임연구위원, 문외솔 서울여대 교수.)
패널토론회 나선 관계자들. (왼쪽부터 건산연 이승우 연구실장,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경제연구실장, 국토부 이정희 과장, 서정철 대우건설 상무, 이복남 서울대 교슈, 이상건 국토연 선임연구위원, 문외솔 서울여대 교수.)

발제에 이어 열린 패널토론에서는 SOC투자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건설산업혁신위원회 위원장인 이복남 교수(서울대)가 좌장을 맡고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대우건설 서정철 상무, 국토연구원 이상건 선임연구원, 문외솔 교수(서울여대), 국토부 재정담당관 이정희 과장 등이 참여해 열변을 토했다.

먼저 서정철 대우건설 상무는 “현 정부의 생활SOC 정책은 지속성이 보이지 않아 건설업계와는 거리가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SOC 집행은 ‘예산절감’이 아닌 ‘예산 적기투입’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SOC예산 축소도 문제이지만, 나아가 건설업계 숙원인 ‘적정공사비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상무는 “적정공사비는 기업이 적정한 이윤을 얻고, 이로 인해 근로자 적정 임금 지급 및 노동자 현장 안전 환경조성을 가능케 할 수 있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연구원 이상건 선임연구위원은 현 SOC정책을 ▲목적의 불명확성 ▲계획투자 미흡 ▲전략투자 부족으로 요약했다. 단순히 생활밀접이라는 추상적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수송부하에 걸린 국내 ‘교통 인프라’(생활 인프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후화에 직면한 ‘시설 인프라’ 등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IT 강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스마트 인프라에 좀 더 선도적으로 접근하고 계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계에선 문외솔 교수(서울여대)가 통계청 자료에 따른 가계 동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시민의 교통편의성을 설명했다. 그는 월평균 소비지출 중 7.4%(약 18만원)가 교통에 소비되는데도 하루 활동 12시간 46분 중 1시간 40분(약 13%)을 이동수단에 쓰고 있는 시민들의 불필요한 생활패턴을 지적하며, 생활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국토부 재정담당관 이정희 과장은 적정규모의 SOC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기획재정부와의 내부적 입장에서 차이점이 존재해 적정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다.

기재부에서는 대한민국이 국토 면적 대비 도로 철도 연장선이 OECD 가입국 중 가장 앞선 나라라며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한국이 국토 면적에 비해 많은 인구가 교통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고, 여름이나 겨울 등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한다면 시설 인프라의 노후 속도는 여타 해외국가와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과장은 “매년 SOC 스톡으로 논쟁을 하지만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의 예산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방향으로 투자하는 것이 올바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좌장을 맡은 이복남 교수는 건설투자 활성화가 경제활력 회복의 중심축이라고 주장했다. 예로 카펫이나 목재, 유리창, 골조 등 개개의 제조업 공장이 풀린다고 해서 경기 활성화가 되는 것은 아니나, 반대로 건설업이 활성화가 되면 주변 산업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민간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매력있는 인센티브 부여와 정책의 일관성, 즉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 개회사 모습.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 개회사 모습.
대한건설협회 유주현 회장 축사 모습.
대한건설협회 유주현 회장 축사 모습.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축사 모습.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 축사 모습.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건설협회가 주관으로 열렸으며, 건설분야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했다.

송석준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건산연 자료에 의하면 SOC 예산이 10억원 증가할 경우 건설업 취업유발 효과는 13.9명으로 타 산업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정규모 SOC투자 및 중장기적인 인프라 투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대한건설협회 유주현 회장은 “최근 노후 인프라로 인한 안전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함에 따라 안전한 인프라, 주거환경 구축을 위한 SOC투자야말로 국민안전과 고용시장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 정부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가 자리에 참석해 SOC 투자 필요성에 큰 힘을 실었다. 황 대표는 “토론을 통해 SOC의 새로운 길이 열리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과거 경부고속도로 개발이 있었기에 현재의 눈부신 산업을 이뤄내고 경제를 이끌어낼 수 있었음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개회사를 마치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토론회 개회사를 마치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