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새는 건지, 물방울이 맺힌 건지

곧 장마철이 올 모양이다. 집 안에 물새는 데가 있으면 참 불편하다. 물은 새는데, 어디서 들어왔는지 찾기 어려우니 고치기도 어렵다. 물 문제를 놓고 아래윗집 사이에 많이 다툰다. 법원 건축감정인으로 있는 제게도 누수 원인을 찾고 보수비용을 감정해 달라는 사건이 자주 생긴다. 물의 속성을 알아보자.

■ 오묘한 물길

물은 방수공사로 막는다. 건물의 구조용도성격에 따라 적절한 공법을 선정한다. 방수막에 문제가 생기면 물이 샌다. 방수막이 상한 곳에서 물이 새면 다행이다. 방수막이 터진 곳과 물새는 곳이 떨어져 있으면 참 어렵다. 어디를 손봐야 할지 찾기 어렵다.

시트 방수로 공사했을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어느 대형 병원 지붕을 시트 방수로 공사했다가 공사 중에 막에 손상이 생겼는데, 막 아래로 물이 흘러 다니는 바람에 도대체 물을 잡을 수 없었다. 끝내 지붕 전체를 다시 공사한 사례도 있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찾으려면 물이 흐르는 경로를 거꾸로 추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경로를 쫓아가면 찾을 수 없는 상황일 때가 더 많다. 누수 원인을 두고 아래윗집이 소송이 붙으면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를 주장하는 바람에 감정도 상하고, 끝까지 가자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집은 지은 지 오래되면 낡는다. 낡은 집을 수리할 때 조심하더라도 기존 방수층에 충격을 주기 쉽고, 그 충격으로 방수막이 영향을 받아, 공사한 뒤에는 아랫집에 물이 새기도 한다.

이럴 때 “공사 때문에 물이 샌다”, “나랑 상관없는데 엉뚱하게 뒤집어씌우지 마라”로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누수 원인도 문제지만, 이웃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를 키울 때도 많다. 물이 새는 상황에 처한 사람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이해해 적극 대응하면 소송으로 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소송으로 가면 돈 들고, 마음 고생에, 시간도 뺏기고 여러 면에서 고통이 크다.

■ 결로와 누수

결로(結露)는 물체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다. 공기에는 온도에 따라 머금을 수 있는 습기의 한도량이 있다. 공기는 온도가 높을수록 습기를 많이 머금을 수 있다. 여름에 차가운 컵 표면에 물기가 맺히는 게 결로다.

이 물 맺힘이 건축 구조물에 생기면 데 불편하다. 제대로 단열처리를 하지 않은 구조물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히고 습기가 많이 공급되면 물이 새는 듯이 흘러내린다. 결로와 누수를 혼동할 수 있다.

공동주택 베란다는 주거 공간으로 설계한 것이 아니다. 베란다를 거실로 확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공간은 외벽에 단열재가 없어 결로가 생기기 쉽다. 또 바닥 방수를 하지만 방수 품질이 낮고 외벽은 방수가 안 된 경우가 많아 비가 샐 염려가 많다. 베란다를 거실로 확장해 쓸 때는 실내에 습기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거실로 불법 개조한 공간에 결로가 생긴다고 불평할 일은 아니다.

■ 배관 누수

집안에는 여러 배관(급수관, 온수관, 하수관)이 있다. 배관 공사가 잘못되거나 시간이 많이 흘러 재료가 낡으면 관에 틈새가 생겨 물이 샐 수 있다. 이때 정말 새는가, 샌다면 어디에서 새는가를 찾아야 한다.

이때는 관에서 물 빼내고 압축공기를 채워 압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본다. 압력계 바늘이 움직이면 배관에 문제가 있다. 샌다는 것이 확인된 뒤, 어디에서 새는지는 음향 탐지로 찾아, 그 부위만 보수할 수 있다.

물이 새는 원인은 참 다양하기 때문에 찾기 어렵다. 원인을 찾는 사람의 경험도 많이 작용한다. 내 집에 누수 현상이 보이면 그 상태를 잘 기록해 두자. 누수가 생긴 시각, 누수량, 누수 모양, 바깥 날씨, 누수 지속 시간을 꼼꼼히 기록해 두면 좋다.

누수 사건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 누수는 생길 수 있지만 하기에 따라 이웃과 원수가 될 것인가, 좋은 이웃으로 남을 것인가가 정해진다. 좋은 이웃으로 남으려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이 머릿속을 괴롭히더라도 슬기롭게 대처하면 많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