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과 최저낙찰제
부실시공과 최저낙찰제
  • 국토일보
  • 승인 2011.09.2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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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 칼럼] 건설일보 대표/논설실장


분양 당시 꿈의 아파트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인천 송도 신도시 한 아파트의 입주가 막 시작되자, 창문틀 사이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물이 새는 창문 모서리는 급하게 걸레로 막아놓고, 곰팡이가 피었던 샤워실 외벽 등 부실시공의 한 단면을 뉴스로 본 기억이 있다.

건축의 경우 부실시공은 감리자나 사용자에 의해서 노출되기 쉽다. 그러나 토목공사의 경우는 그 부실시공이 땅 아래로 은폐되어 우리는 모르고 지나간다. 세월이 지나간 후, 우리의 아들 딸이나, 손자 손녀들이 그 부실시공의 피해자로 가슴앓이를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땅 속에서 일어나는 부실시공에 대한 재시공과 더불어, 그 개선책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필자에게 제공된 LH의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한 한 대기업의 부실시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사업이며, 민간 발주사업이었다면 그와 같은 부실시공을 방치하고, 눈을 감았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 부실시공을 관리 감독해야 할 시공회사 현장소장의 한 지방지와 인터뷰 내용이, 더 필자의 마음을 더 가슴 아프게 한다.

“단지를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 결과론적으로 적기에 공기를 맞추어야 하는 것 등 최상의 품질과 적기완수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주력하고 있습니다. 땅속에 묻히지만 철두철미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먼지 등 비산먼지와 도로관리, 깨끗한 업무환경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는 땅 속에 묻히지만 철두철미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하면서 부실시공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참 어이없다.

설계도면에 의하지 않고, 오수와 우수를 연결하는, 오물(정화조)과 빗물을 함께 흐르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시공을 하고도 그들은 죄의식이 없다.

하수관거 사업을 벌이면서 일부 구간의 잘못된 설계와 부실시공으로 오수가 넘쳐 주택으로 유입되고 도로 맨홀을 통해 오수가 넘치는 등 부실공사가 드러나, 오수관을 타고 오수가 집안으로 유입되는 등 역류현상은 노출되지 않았을 뿐 우리 주위에 많이 잠복상태에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현행 최저낙찰제를 폐지해달라고 업계 차원에서 야단이다.

정부나 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최저 입찰제를 도입함으로써 과당 경쟁과 원가 이하의 공사 수주로 부실시공 우려가 많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 차원에서 최저낙찰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건설업계에서는 2012년도 최저가 확대시행의 가장 큰 문제는 이전까지 덤핑투찰, 적자시공, 낙찰률 하락 등 오로지 가격 중심의 평가방식이 양산해 온 일련의 부작용을 넘어, 100억원대 공사까지 범위를 확대할 경우 그 대상이 주로 지방 공공공사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역건설업체의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건설업계는 그 대안으로 최저입찰가가 아닌, 최고가치낙찰제(최고가치)를 중심으로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최선의 입낙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까지 선진국 입낙찰제도의 사례를 비교분석함으로써 객관적인 글로벌 스탠다드 지표를 제시하고, 이를 근거로 최고가치낙찰제의 도입하자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도 있다. 최고가치낙찰제가 예산낭비를 초래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되어야 한다. 최고가치낙찰제라는 막연한 기준이 아닌, 객관적이고 타당한 낙찰 방식을 채택해, 건설업자들이 부당하게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최저낙찰제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현상황에서는 부실시공에 대한 대책도 아울러 강화해야 한다.

최저낙찰제 도입으로 원가절감을 위해서 공기 단축과 더불어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이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기 까지 한다. 무엇보다 감리 기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부실시공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해지는 문제점도 있다.

최저낙찰제가 부실시공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부실공사 및 산재의 원인을 최저가에서 찾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나 공기관 등 발주자들은 부실시공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한층 철저히 해야 한다.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불러올 최고가치제 도입보다 건설업계가 스스로 변하면서 미국처럼 낙찰률을 90%대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에서 부실시공의 원인을 최저입찰제 탓으로 전가해서는 안된다. 공사비(원가) 부담도 있지만, 부실시공을 하지 않고, 시공을 더 튼튼하게 해야 국민적인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설득력이 생긴다.
견실한 시공과, 정부나 공기관 등 발주자들이 만족하는 시공을 하였지만, 원가 부담으로 문제가 된다면 국민적 차원에서 도움을 청하고, 그 개선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최저낙찰가 폐지 보다 적정 이익 보장이라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그 제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무조건 입찰 수주를 하고 본 뒤 설계변경을 통해 그 손실을 보존하고자 하는 건설업계의 그동안 관행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