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하수슬러지 기술공모 '특혜논란'
3단계 하수슬러지 기술공모 '특혜논란'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1.06.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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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설

실적 낮추고, 시공능력점수 높여 특혜 논란 '구설수'

업계, “실적미흡한 업체가 유리, 변별력 상실” 주장 
공사측 “기술성·안전성·시공성 확보 기준” 해명
국정 핵심운영기조인 공정한 사회 ‘엇박자’  행보

MB정부의 국정 운영기조가 ‘공정한 사회’지만 일부 공기관에서는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매립지 슬러지자원화시설 1, 2단계 사업에서 비리 의혹 수사와 수백억대의 예산낭비 감사 지적을 받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사장 조춘구)가 최근 3단계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특정업체 밀어주기 논란이 제기돼 주목된다.

매립지공사가 도화엔지니어링을 통해 이달 17일 공고한 ‘수도권매립지 슬러지자원화시설(3단계) 기본 및 실시설계 반영을 위한 기술제안서 세부평가기준’에 따르면 기초평가 항목 30점 배점 중 제안기술의 적용실적(2점) 비중은 낮추는 대신 기술제안사의 시공능력(10점)을 높였다.

또 시공능력 배점의 경우 시공능력 평가액이 800억 이상의 경우 10점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루 1,000톤을 처리하는 3단계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의 기술제안 평가는 크게 기초평가 30점과 기술평가 70점 등 총 100점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매립지공사측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가닥이 잡혔던 세부평가기준과 최종 확정 공고된 기준이 크게 뒤바뀌었다는 것.

공고에 앞서 지난 2월 마련된 평가기준에 따르면 제안기술의 적용실적이 5점, 기술제안사의 시공능력은 7점으로 각각 배점됐었다.

지난 2월에 마련된 평가기준과 이달 17일에 공고된 평가기준을 비교해 보면, 적용실적 배점을 절반이상 낮추고 반면에 시공능력은 크게 높인 것이다.

       6월 17일 공고된 ‘수도권매립지 슬러지자원화시설(3단계) 평가 배점기준

이를 바라보는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은  몇 개월 사이에 평가기준이 이렇게 둔갑했는지에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측에서 공고한 평가기준을 보면 슬러지 건조장치의 실적점수는 총 100점 중 단 2점에 불과해 실증되지 못한 기술 및 장치가 채택될 수 있다”면서 “이는 충분한 실증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특정업체에게 유리하도록 공사 내부 윗선의 입김이 작용한 거 같다는 풍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특히 “시공능력 800억 이상이면 10점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는데 기술제안 공모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실증된 기술보유업체 보다는 실적이 미흡한 건설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평가기준이며, 변별력을 크게 상실한 평가기준이다”고 지적했다.

과거 2단계 사업의 기술공모에서는 실적 배점이 무려 20점이었고, 지난해 11월 군산시의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기술제안공모의 경우 기초평가 30점 가운데 9점이 적용실적 배점이었다.

환경전문가들은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의 경우 장기적인 실증 및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11월 기술제안공모된 군산시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평가 배점기준

아울러 슬러지 3단계 사업은 당초 2010년 하반기 중 공고될 예정이었으나 반년이상 시간이 지연 공고된 부분에서도 미심쩍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런던협약을 토대로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의 종합대책 수립에 따라 오는 2012년부터는 하수슬러지 해양투기가 금지되기 때문에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공사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었기 때문.

현재 건설사와 환경전문기업 등 13개사가 기술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안서 마감일은 7월18일이다.

매립지공사 유기성에너지사업실측은 “지난해 12월에 검토, 마련된 배점기준 중 적용실적 5점, 시공능력 7점은 계획단계에서 검토된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됐던 사항으로 최종 학정된 내용은 아니었다”면서 “배점기준은 대용량(1,000톤/일)에 대한 설치·운영실적이 국내에서 전무한 상태에서 기술성, 안전성 확보와 공법 및 시공 일괄책임을 강화하고 우량기업의 참여유도를 위해 실적점수(2점)와 시공능력 점수(10점)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용량 자원화시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슬러지 건조분야의 시공경험과 성공적 운영 등 실적부분이 높이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

또 최저가 가격을 제시한 업체는 공사비 평가 항목서 5점 만점을 맞게 돼 있어, 무조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차후에 설계변경 등을 통해 공사비를 보전하는 악순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매립지공사는 1단계 및 2단계 슬러지 자원화시설 사업을 주도하면서 총체적 부실이 한바탕 드러난 바 있는 상황에서 3단계 사업마저 ‘특정업체 특혜 논란’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는 형편이다.

올해 인천지방경찰청은 정상가동 되지 않은 1단계 하수슬러지 자원화 시설을 불법으로 준공처리해 총 400여 억원의 국가예산을 낭비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매립지공사 직원 6명과 설계·감리 및 시공사 직원 5명을 입건 처리한 바 있다.

더욱이 국회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김성순·민주당)에서 2009년과 2010년 국정감사중 주요 안건으로 다루면서 매립지공사의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사업자 선정과정중 시공업체의 실적증명 서류조작 등 공사측과의 결탁 정황증거를 제시하며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결국 매립지공사는 올 3월 감사원의 감사에서 부실하게 시공된 1단계 슬러지자원화 시설을 인수해 100억원이 넘는 예산 낭비 지적을 받았다.

조춘구 매립지공사 사장은 최근 발표된 ‘2010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낙제등급인 D등급(미흡)으로 경고조치를 받았지만, 연임을 노리고 공사 사장공모에 재 지원했으며 남은 임기는 오는 7월 20일 까지다.

3단계사업을 총괄하는 공사 최병철 환경에너지타운조성본부장은 “이번 3단계사업은 국내 건설경기불황, 하수슬러지 관련 마지막 사업 등의 사유로 관련업계간 과당경쟁이 심화되는 등 업체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다라 다소 논란이 있다”면서 “배점기준은 공사의 성격과 특수성에 따라 다르며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매립지공사가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1, 2단계 사업 중 부실시공운영 및 사업자 특혜의혹 등으로 국정감사를 비롯해 경찰 수사, 감사원 감사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는 등 총체적 난국이다”면서 “국정운영기조가 공정한 사회인 만큼 3단계 사업을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여러 의혹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