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한 ‘건설의 날’
망연자실한 ‘건설의 날’
  • 국토일보
  • 승인 200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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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6월18일은 건설 가족의 생일임을 상기시키는 날이다. 그래서 이 때 만은 웬만한 고충이나 고민도 축하 및 기념행사의 분위기 속으로 녹아드는 게 상례였고, 오히려 이런 열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욕과 희망을 분출시키는 모양세를 띠어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건설 산업이 근대적 산업으로 태동한지 60년을 맞은 기념비적 해였던 만큼 다가올 미래를 겨냥한 의욕적 설계가 어느 때 보다도 두드러졌고, 이를 실천적으로 가시화할 첫 해인 2008년에 대한 기대 또한 전례 없이 컸었다.


 국제적 세미나가 성대히 개최되고 미래 건설 산업의 발전 방향이 구체적으로 모색되는 등의 이벤트가 풍성했던 것도 60주년 이후 펼쳐질 건설 산업의 선진적 모습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이었음은 물론이다.  사실 건설 산업의 지난 60년은 곧 한국 경제성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뿐더러 특히 지난 60년대 이후 30여년의 고도 압축 성장의 배경에는 분명 건설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스며있었다.


 그런 만큼 건설인들의 60주년을 맞은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었고 아울러 2008년 이후 전개될 미래 궤적에 대한 기대 역시 긍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맥락의 분위기와는 달리 막상 기대에 부풀었어야할 금년 ‘건설의 날’은 오히려 건설 산업 자체가 존망의 위기의식 속에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리면서 자탄(自歎)에 빠지는 망연자실한 형국이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3중고, 4중고를 외치며 구제책을 호소하는 건설업계의 비명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런 분위기를 극명하게 대변해 준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새로운 악재로 건설업계를 옥죄면서 업계의 부도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게 고통의 첫 번째 변수다.

 

미분양 물량이 이미 사상 최대에 이르고 일부 지방의 경우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외환위기 때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속칭 ‘땡처리’에 나서도 무위일 만큼 최악의 주택경기를 보이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며 이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은 그야말로 위기 국면이다.


 자금 순환에 적신호가 켜지고 이로 인한 건설 업체의 부도가 속출할 경우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을 야기, 금융권까지 무차별적인 위기에 빠뜨릴 게 분명하다. 이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문제는 사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라는 규제와 미분양 사태라는 시장 악화에 제동이 걸려 토지대금만 지불하고 사업 진척이 없는 프로젝트가 부지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위기 국면임을 실감케 한다. 금융권과 업계에선 이 자금의 규모만 대략 70조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할 정도다.


 건설업계의 경영난은 지난해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원자재 가격 및 유가 폭등에 의해서도 가중되고 있다. 철근 등 기초자재는 물론 내외장재의 전반적인 가격상승률이 그야말로 폭등 수준에 달하면서 극심한 원가 압박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반짝 탈출구로 인식됐던 해외 건설도 중동시장의 원자재 및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자칫 80년대 해외건설 부실 파문이 재연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고유가 파동에 의한 최근의 화물연대 파업과 건설기계노조의 파업 동참 사태는 건설업계에 치명적인 직격탄으로 피해를 확산시키면서 업계를 한계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건설현장의 ‘올스톱’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경고가 도처에서 나올 정도로 치명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건설 산업의 부침(浮沈)은 한국 경제의 사활을 가름하는 결정적인 변수다. 건설 산업의 심각한 침체와 불황으로 인한 타 업종의 동반 부실 등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불씨를 살려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코 올해 ‘건설의 날’이 더 이상 망연자실의 나락에서 허우적  거릴 수는 없다.


 시장 정상화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확산되기 전에 진정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