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대책, 거시적 접근 아쉽다
미분양 대책, 거시적 접근 아쉽다
  • 국토일보
  • 승인 2008.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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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주택 해소대책의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팽배해져 걱정스럽다. 부정적인 시각의 핵심은 한마디로 ‘설익은 대책’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가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화(禍)를 자초할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즉각 보인 것도 대책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소를 외면한 채 임기응변적일뿐 아니라 정교하지도 못하다는 평가에 기인한다.


 우리 역시 비록 정부의 고심을 이해하면서도 대책의 실효성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산업기반이 거의 붕괴된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고용창출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절대적인 건설 부문에 지역경제의 사활을 거의 의존하고 있다는 거시경제적 차원의 인식이 결여된 대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해소대책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그만큼 이번에 내놓는 대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는 의미를 지녔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이라면 이번에는 ‘집값 안정’이라는 굴레에 갇혀 이전과 같이 생색내기용 정책만 열거하는 타성에서 과감히 벗어났어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 지역경제의 특성을 감안하여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출 규제와 세금 규제 등을 과감히 해소시켜 주는 거시적 차원의 용단이 기대됐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십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참여정부 때 그들의 필요에 의해 이미 제도운영의 탄력성을 확보해 놓은 터라 규제를 푸는 데 경직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금융규제 등은 언제든지 풀고 묶을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는 게 실상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주택건설사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출범 후 아파트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이미 세 번이나 대책을 내놓은 것이 이런 인식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부산과 대구, 충청권 등 지방의 투기우려 지역에 둘러쳐 놓았던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완전히 풀어 젖힌 것이 그 첫 번째다.


 이어서 지방의 미분양 물량을 주택공사를 통해 정부에서 사들이는 대책을 내놨고 오는 29일부터는 지방의 민간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전히 풀고 공공택지 분양아파트에 대해 전매제한을 완화키로 하고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은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며 딜레마인 것이다. 되레 수도권 지역까지 미분양 사태가 확산되는 심각한 양상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마련된 정부의 해소 대책이 기대와 달이 종래의 틀을 답습하는 수준으로 드러났으니 업계의 반응이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 현상의 누증은 이제 주택건설 분야의 차원을 넘어서 연관경제 전반으로 폐해의 파장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고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며 관련 대책의 성격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이 따르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제시된 대책의 경우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따지고 들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는 졸속 사례가 적지 않아 오히려 지탄의 대상이 되기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라 더욱 안타깝다.


 예컨대 취득· 등록세 감면은 내년 6월 말까지 취득하는 미분양 아파트가 대상인데 정작 미분양은 작년 말에서 올해 초 분양한 아파트에서 많이 나왔고 이들 아파트의 경우 완공돼 취득하려면 2~3년을 지나야 하는 시차상의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허용 조치의 경우도 적용시한을 향후 1년으로 제한한 상황에서 매수시점의 기준을 계약시점인지 취득시점인지 정하지도 않아 혼란을 야기하는 사태까지 빚고 있다.


 미분양은 이제 전국적인 현상이고 거시경제 차원으로 부작용과 후유증을 유발하는 상황으로 비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정책과 대책을 필요로 하는 사안으로 등장했다.


 더 이상 미시적이고 생색내기용 대책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그나마도 곳곳에 허점이 보일 정도로 허술하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