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인수 중견그룹 '속앓이'
건설사 인수 중견그룹 '속앓이'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0.06.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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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건설사들 대부분 실적 악화 등 자금난

중견그룹들에게 인수된 건설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인수를 단행한 그룹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지속적인 침체 등에 따른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주택사업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 미비 등 전략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 비데 사업 등에 국내 독보적 위치를 구축한 웅진그룹의 경우 지난 2007년 중반에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하면서 주택사업 부분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자 했다.

당초 극동건설의 시장 매물 가격은 4,500여 억원 수준이었지만 웅진그룹은 2,000억원 이상 훨씬 비싸게 주고 인수했다.

그만큼 그룹의 주력 사업내용과 극동건설의 주택사업 부문과의 연계 기대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 고베팅을 했지만, 미분양 사태 등 주택시장의 한파로 전략이 엇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극동건설의 2009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다소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90억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또 2008년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역시 발목이 제대로 잡힌 케이스다.

남광토건이 인수 이전 아파트 브랜드 ‘하우스토리’ 분양사업을 잘 진행해 왔지만, 인수이후 분양 시장의 악화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해 그동안 난감한 상황에 처해 왔었다.

남광토건은 계속적인 실적 악화로 인해 지난달 워크아웃 추진설이 시장에 나돌았고, 회사채 신용등급과 기업어음이 각각 하향 조정된 바 있다.

효성그룹 역시 2008년초에 진흥기업을 인수했지만, 진흥기업도 최근 영업실적 지속 악화에 따른 워크아웃설 루머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효성그룹은 진흥기업을 살리기 위해 현대건설 전 이종수 사장을 진흥기업 사령탑에 전면 포진했지만, 단시간내에 침체난에 빠진 건설시장을 돌파 하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자금난에 허덕이는 진흥기업은 앞으로 1,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효성그룹이 일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 한 임원은 “중견그룹들이 건설사 인수를 통해 의욕적으로 건설사업에 진출했지만, 분양시장 등 건설경기가 뒷받쳐 주지 않는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면서 “인수 건설사가 부실해지고 그룹들의 자금 지원이 반복된다면 결국 중견그룹들 마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중견그룹의 건설사 인수합병 기대감들이 현재 국면에서는 실망감으로 뒤바뀌면서 그룹 경영계획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견 그룹이 건설사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 확장 등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는 사례도 있다.

한때 주택 사업에서 유명세를 떨치다가 법정관리된 건영을 인수한 바 있는 LIG그룹은 지난해 SC한보건설까지 추가로 인수하면서 올해초 두 회사를 ‘LIG건설’로 합병했다.

특히 지난해 전 현대건설 토목본부장, 현대건설기술개발원 출신의 강희용 현 사장을 영입하면서 종합건설사로 도약을 위해 전임직원이 종횡무진 국내외 수주영업을 전개중에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서울, 용인 등 알짜부지를 매입해 주택사업 분양률이 높아지고 있고,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목사업 수주율도 대폭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6월초에는 몽골에 국내 건설사 최초로 500억 규모의 도로공사 수주 성과도 이뤄냈다.

30년 토목건설 베테랑인 강희용 사장 영입이후 LIG건설은 연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토목관련 수주실적을 작년 하반기에만 8,000억원 까지 끌어올리는 등 놀라운 실적을 과시중이다.

건설 M&A 전문가는 “최근같이 건설업계 상황이 침체될 경우 건설사 인수하는 것은 약이 되는 것보다 독이 되는 소지가 크다”면서 “하지만 건설업계 경험과 지략이 풍부한 CEO를 잘 영입하는 기업의 경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좋은 사례도 볼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