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 당신 전공이 뭐요?
[김광년 칼럼] 당신 전공이 뭐요?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0.03.24 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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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편집국장

오늘은 참 껄끄러운 글을 하나 써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노트북을 두드리는 손끝은 물론 머릿속까지 온통 씁쓸한 기분이다.

그러나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어 독자들의 힘을 믿고… 상당한 압력(?)도 가해질 것이라 각오하고 이 글을 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내려 온 전통이라고 할까. 아니면 잘못된 관행이 올바른 것처럼 정착이 돼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건가. 차라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 좋으련만 전혀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건설만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 이른바 각종 건설공사에 있어서 평가, 심의라는 절차를 통해 기업이 제시한 기술제안서에 대해 몇 점을 줘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

‘심사’
이 중차대한 일이 건설산업 비리의 온상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지도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이 문제가 개선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교수들이 평가하는 세상이기에 마냥 기업들은 교수를 중심으로 한 평가위원들의 영원한 딸랑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 한국건설 현주소다.

정부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소위 건설선진화를 추구한다는 대한민국 건설산업에서 작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자.

사례 1 : 건축이 전공인 A모씨는 난지도 열병합발전소 증축공사 심사위원으로 선정돼서 심의를 들어갔다.
그에게 심의를 기다리는 것은 건축 이외에도 기계, 전기 등 생전 처음 접하는 자료들이다. 그냥 싸인이나 해 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해주고 나왔다.

사례 2 : 정부 공공사업 건축공사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를 선정하면서 심사위원으로 사업관리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에너지 전공교수가 참여, 평가하고 왔다.

차라리 내 전공이 아니라고 점잖게 고사했으면 얼마나 당당하고 떳떳했을까. 아주 기초적인 양심도 없이 그냥 무조건 콜만 오면 가서 점수 매기고 오는 이러한 황당무개한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비양심적인 심사위원이 여기저기 부지기수다.

하기야 간혹 모든 것이 다 내 전공이라고 말씀(?)하시는 사람을을 본 적도 있는 듯 하다.
이 정도로 건설공사 심의 평가시장이 혼탁해 있으니 발주자를 비롯한 참여주체 모두 답답하긴 마찬가질 것이다.

심사는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그야말로 국민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SOC시설을 구축하도록 조정, 결정하는 일이다.

그들에게 그 어떠한 압력도 부담도 줘선 안 된다. 또한 충분한 보상과 자긍심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줘야 함은 극히 당연하다.

앞으로는 심의에 들어가는 전문가, 즉 교수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 모두가 자기 자신의 전공을 찾아 수준높은 심사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곧 자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아닌가!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아무거나 잡식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그에게 진정한 전문가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 다워야 한다’라는 통상 일반적인 개념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논리 같지만 매우 중요한 철칙이다.
‘기자는 기자다워야 하고 교수는 교수다워야 하며 의사는 의사다워야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원칙이다.

그 기본을 무시하고 사회의 지성인으로서 지나친 상업적 감각이 발달하면 그는 원래의 가치를 상실하고 인생 최대의 실수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그 사람의 학위논문이 무엇인가다. 그것이 당신의 전공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건축구조를 전공한 자가 CM용역을 심사하고 토목 사면안정을 한 사람이 교량건설 공법을 심의하고 있으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다.

건설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입찰과정에서 각종 부정부패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제도의 미흡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집행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운영미숙이 주요인이다.

대대적인 메스가 가해져야 할 것이다.

knk@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