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신기술 ‘깜깜이’ 심사···보링그라우팅업계 ‘부글부글’
건설신기술 ‘깜깜이’ 심사···보링그라우팅업계 ‘부글부글’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11.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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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성·신규성·현장 적용성 낮은 건설신기술 1차 심사 통과 ‘의아’
건설신기술 신청기업 “현장실사서 완벽 평가받아···진보성 인정”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신규성·진보성·경제성·현장 적용성·보급성을 ‘모두’ 만족해야 비로소 인정받는 ‘건설신기술’의 심사가 사실상 깜깜이 심사로 진행되고 있다. 담장이 높을수록 안전하지만, 역설적으로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어 건설신기술 심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보링그라우팅업계가 올해 7월 25일 국토교통부관보에 게시된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한 실시간 통합품질관리 컴팩션그라우팅공법’의 건설신기술 지정 신청에 대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건설신기술 제도 도입 이후 관련 업계의 반발이 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토부 관보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주입 재료의 배합 및 배출을 자동화한 배합시스템과 지반 반발압에 따라 구동 조절이 가능한 다중 동시 주입펌프로 현장에서 품질관리가 가능하고, 계측된 시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및 공유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품질관리시스템이 구축된 컴팩션 그라우팅 공법이 핵심이다.

기술 구성을 보면 ▲계측된 시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품질 관리 시스템’ ▲현장에서 품질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주입 재료의 배합 및 배출을 자동화한 배합시스템 ▲현장에서 품질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지반 반발압에 따른 구동 조절이 가능한 ‘다중 동시 주입펌프’로 요약된다.

보링그라우팅업계는 해당 기술이 제시한 클라우드 기술, 자동 배합시스템, 다중 동시 주입펌프 모두 신규성, 진보성, 시공성 등에서 부적합하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의 일부분인 클라우드 기술과 현장에서 자동으로 기록되는 데이터를 단순 결합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항만 및 어항공사 전문시방서’에 이미 ‘주입압력, 주입량, 주입시간 등이 자동으로 기록될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2016년 모 업체가 주입량, 주입압력 등을 실시간으로 서버와 공유해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품을 운용하고 있어, 신규성과 진보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동 배합시스템은 이미 2014년 ‘항만 및 어항공사 전문시방서’에 규정된 사항으로 현장에서 실시되고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다중 동시 주입펌프’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기술은 공사비, 공기 증가 및 품질 및 시공성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며 “지반 여건 등 현장 적용성을 모두 무시한 오로지 그럴듯한 포장지로만 꾸민 기술”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의 근거는 기존 주입펌프는 단일 배관이지만, 건설신기술 지정 요청 기술은 1쌍(2개관)으로 구성돼 시공비 증가 뿐 아니라 공기 지연 마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주입펌프는 주입재의 대기 시간 없이 연속으로 시공할 수 있어 단일 배관으로 시공 가능하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기술은 1쌍의 토출구에 교대로 배출되므로 동일 주입량을 기준으로 배관 설치를 2배로 해야 한다.

정압주입시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주입펌프는 개별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 기술은 1쌍 단위로 동시에 주입해 상이한 지반 반발압으로 한계 기준압에 도달한 공(孔)에 따라 나머지 공의 작업이 종료된다며 부실시공을 염려했다. 실제로 지반은 비슷한 위치라 하더라도 반발압, 지질이 차이를 보이곤 한다.

정량주입시 공의 깊이가 상이할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동시 주입펌프의 경우 1쌍단위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건설신기술 심사 업무를 진행하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는 “해당 기술에 대한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차 심사는 통과했지만 2차 심사는 아직 진행하지 않은 만큼 최종 지정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현장실사는 신청인이 제시한 곳으로 다녀왔다. 검증은 신청인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보완은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으로 우리(진흥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논란에 대해 건설신기술을 신청한 기업 관계자는 “현장실사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완벽(Perfect)하다’ ‘보완사항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기술의 진보성 등을 인정받은 셈”이라며 “전후사정을 알고 취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