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본질 훼손 우려" vs "해외건설 정부 주도 필수"
"조합 본질 훼손 우려" vs "해외건설 정부 주도 필수"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3.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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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 출자 논의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13일 개최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해외건설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추진 중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해외건설시장 진입, 건설산업 신규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최대 출자자로 떠오른 건설공제조합 노조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조합 운영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나섰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건설 지원 방안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설립이 첫 단추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의 심정은 복잡하다. 

건설금융 관계자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참여를 강요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관계 기관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달했다. 

KIND 설립에 투입될 출자금의 규모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해외건설 촉진 등에 일정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출자 여부를 묻는 것보다 출자 규모를 논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출자 여부가 전면에 불거지면 자칫 관치(官治) 논쟁 또는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부각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 건설업 성장동력 확보에 편승한 ‘관치’ 논란
건설공제조합노조는 운영위원회 논의 과정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조합노조 관계자는 “경영 혁신 등을 통해 우수한 경영 실적을 거뒀음에도 조합원과 무관한 해외건설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가 민간 법인의 독립 경영을 훼손하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없던 관치의 형태”라고 꼬집었다. 

또한 정부와 운영위원회가 정관 개정 등의 절차를 추진하면서 운영위원장이 조합의 경영에 개입하는 내용으로 추진 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향후 운영위원장이 안건을 회의에 곧바로 상정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될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현재 운영위원장은 운영위 회의 주재만 가능하다. 이러한 개정의 배경에는 지원공사에 대한 조합의 추가 출자를 검토할 경우, 원활한 자본금 확충을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조합노조는 자율 경영을 위축시키는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양한 자본과 협력해 해외건설사업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음에, 관리 감독권이 있는 산하 민간법인을 통해 쉽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정부가 제시한 자료를 볼 때 출범 초기 손실이 확실시 되고 있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출범 3년 경과 이후에도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도 조합 출자분 손실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출자 손실은 투자자가 책임질 사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인프라펀드에서 손실을 입지 않고 일정 수준의 수익을 얻고 있어 안정적인 공사 운영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안전·신중 투자 필요할 때 Vs. 건설산업 전체 이익 관점서 봐야
KIND 출자에 대한 절차와 손실 여부도 지난달 27일 열린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운영위원들의 의견이 갈린 것.

먼저 보수적 관점에서 바라본 운영위원들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진행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출자 타당성 검토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가 됐는가”, “개인 건설회사가 모여 만든 조합인데 국가기관 설립을 위한 자본을 왜 조합이 출자하는가” 등을 추궁했다. 

반면 일부 위원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있어 정부가 설명한 대로 국가기관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출자 참여는 필요한 만큼 출자금 규모에 대한 하향조정하자” 등의 의견도 거론됐다. 

노조 의견은 정면으로 대치됐다. 이날 조합 노조원들은 “정부가 조합과 사전협의 없이 500억 원 출연을 강요하고 있다. 조합사의 소중한 재산을 마치 자신들의 재산인양 행사하려는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특히 조합 정관을 개정하려는 운영위 움직임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 오는 13일, 조합 운영위 개최...출자 규모 등 판가름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출범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건설업체가 경쟁력을 강화라기 위해서는 재무적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국토부 김성호 해외건설정책과장은 “KIND는 민‧관 협력사례로, 향후 PPP사업 실적 증가와 중소‧중견 조합원의 해외동반진출을 활성화해 건설산업 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합원의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간접 지원함으로써 조합 및 조합원의 지위와 권익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해외사업으로는 건설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건설공제조합노조 관계자는 “관 주도로 추진되는 사업에 심사숙고 없이 한 번 참여하면 차후 다양한 분야에서 조합의 자율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건설산업의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사 설립이 아닌 다수의 자본이 참여하는 펀드 운영 확대를 통해 민간 주도로 진행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합 노조 관계자는 "중소. 중견 조합원사를 위한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PPP사업 특성 상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며 "출자금이 조합 운영 목적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내일(13일) 건설공제조합은 운영위원회를 재차 개최하고,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출범을 위한 자본금 출자 및 규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