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 긴요
[사설]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 긴요
  • 국토일보
  • 승인 2009.09.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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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최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전세 값을 비롯한 부동산 값이 요동치는 양상을 보여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경제전반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런 움직임에 국세청이 재건축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고강도의 규제를 예고하고 있으나 부동산 가격 안정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기에는 역부족인 느낌이다.

 물론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적어도 주택 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잠재울만한 획기적 대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의 10평짜리 재건축용 아파트가 10억원을 넘는 거품 현상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양상은 역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부동산 비수기인 7~8월에만 각각 4조원 안팎의 부동산담보대출이 늘어난 점도 거품경제를 부추길 개연성을 지녀 불안스런 대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집값 불안을 충분한 공급을 통해 진정시키겠다는 8· 27 대책의 기본 방향에 여전히 공감한다. 특히 서민의 주택 마련 기회를 넓힌 점은 특기할 만한 일로 받아들인다.

 다만 우리가 아쉽게 여기는 것은 아직도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 열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도권의 주택 수요는 30만가구에 이르고 있으나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절반에 해당하는 15만가구에 불과, 남은 절반을 민간 부문에서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장으로선 건설업체들이 경기침체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에 밀려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주택 건설은 20만가구로 2007년에 비해 3분의 1 이상 감소했고 올 들어서도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긴요성은 그래서 더욱 절실해 진다.

 시장을 들여다보면 민간 부문의 역할 증대는 한층 절감 된다. 현재 주택 수요의 특징은 서민은 보금자리주택이라도 갖고 싶지만 공급이 부족하고, 중상류층은 쾌적한 주거를 희망하나 거품가격에 놀라고 때론 집은 많은데 살 집이 없는 이른바 ‘풍요 속의 빈곤’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따라서 공급이 부족한 부문을 메우기 위해서는 민간 건설사의 자율 공급 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요에 부응하는 질을 갖춘 주택을 공급하는 일은 공공부문보다는 수요에 민감한 공급을 할 수밖에 없는 민간부문이 더 잘 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해마다 공급되는 주택의 70%는 민간에서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최근 주택 가격이나 전세금의 급등 현상은 지난 몇 년 동안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가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까지 공급되는 물량은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추진된 것이고 그 이후에는 민간 부문에서는 분양가 규제의 시기를 저울질하며 사업 추진을 미루고 있는 게 실상일 정도다.

 물론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것은 옳은 정책 방향이다. 그래서 물량 목표에 집착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어디에 어떠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단순한 물량적 차원을 넘어서는 질적인 차원의 문제다. 

 2007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108.1%로 이미 100%를 웃돌고 있고, 수도권은 96.9%로 100%에 근접하고 있음에도 주택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 것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서 질적인 측면의 불일치와 시장 소외계층의 주택 문제가 심각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목표대비 실적이라는 물량적 접근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로 지적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실상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민간 부문의 역할은 긴요해질 수밖에 없다. 주택공급 감소 등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년 상반기(1~6월) 주거용 건축허가 면적이 22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사실은 그래서 더욱 민간 건설업계의 활력 제고가 시급함을 일깨워 주는 경고로 들릴 만하다.

전체 주택 공급량의 60~70%를 차지하는 민간 사업자들이 제도적 요인과 경기침체로 주택사업을 축소하거나 연기한 탓이기에 심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