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M&A실패 교훈
대우건설의 M&A실패 교훈
  • 국토일보
  • 승인 2009.07.20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포럼] 노 순 규 한국기업경영연구원장 / 경영학박사

우리나라에 1997년 외환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수십개의 대우그룹 계열사들은 산산이 공중분해됐다. 대우그룹 주요 계열사 대부분은 워크아웃(Work-Out)이라는 길고 긴 터널로 진입하게 됐고 다행히 상당수의 회사는 정상을 맞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3년 뒤인 2000년 12월 ㈜대우는 건설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쪼개 대우건설을 만들었고 다시 3년 뒤에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의결로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노사 모두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내실경영 위주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그 후 3년이 지난 2006년 12월15일 대우건설은 새로운 주인을 맞았는데 그는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었다.

그리고 또 3년이 흘러 2009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대우건설은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3년동안 대우건설은 각종 유형자산과 인적자원 등을 잃어버렸고 지금은 다시 시장의 매물이 된 처지이다. 3년마다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무리한 인수 결과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성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사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온 이력을 비춰보면 지금의 상황은 이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으로부터 인수한 대우건설 지분은 72.11%이며 주당 2만6,262원, 총 6조4,255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이었다. 당시 주가가 2만2,0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시가 대비 20%에 육박하는 웃돈 즉, 영업권 혹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한 것이었다.

그 당시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금호생명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조달금액은 총 2조3,346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4조여원은 사채를 통한 차입 및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에 의존했다.

금호산업은 4,000억원을 3-4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충당했고 금호타이어 역시 1,600억원을 2-3년 만기 회사채 발행으로 끌어왔다. 올 연말에는 그와같은 회사채들 중 상당수의 만기가 도래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무려 17곳이나 되는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오면서 주식매도선택권(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2006년 12월15일로부터 3년 후 연 9%의 복리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당시 주당 2만6262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올 12월15일까지 주가가 3만4010원이 되지 않으면 그 차액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들에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

다만, 지난 3년에 걸쳐 한주당 총 1,250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므로 이를 차감한 3만2,760원이 기준가격이 된다. 2009년 7월 2일을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의 주식가격은 1만2,850원이므로 정확히 주당 1만9,910이 부족하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당시 인수한 주식수는 1억3,455만주에 달하므로 당장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전해줘야 하는 금액만 2조7,000여억원에 이른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회사채로 빌린 자금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보전해야 하는 풋백옵션을 모두 합치면 3조3,000여억원이나 된다. 만약 재무적 투자자들의 주식을 시장에 처분하지 않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모두 떠안는다고 가정하면 풋백옵션이 붙은 지분의 가격만 4조4,000억원이 넘는다.

이런 규모의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연말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결국 대우건설을 시장에 다시 내놓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7년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의 목표는 현금 1조9529억원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것은 대우건설을 인수했기에 가능한 목표였다. 2006년 말을 기준으로 볼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1982억원에 불과했다. 어찌 본다면 가히 '장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이 벌어들인 현금을 통해 무려 885.2%나 현금유동성을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결국 본래 갖고 있던 현금유동성의 부족에서 발목이 잡혔고 풋백옵션의 부담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호황기도 그렇지만 특히 불황기에는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기업가치를 모를 경우 언제나 위기가 온다'는 것을 대우건설 M&A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www.kbm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