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더 큰 문제
[사설]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더 큰 문제
  • 국토일보
  • 승인 2009.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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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를 존재 이유로 한 이명박 정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그 핵심 가치나 기조를 뒤흔드는 요인도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정권 내부의 유약한 통치력과 정치적 명분에 곧잘 경도돼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그렇지 않아도 ‘말이 너무 앞선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이 정부가 근래 들어 이슈를 선점해야 할 경제정책에서 조차 정치적 목적으로 말 바꾸기를 일삼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공산을 짙게 해 보통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이미 시중에서는 자칫 총체적인 정부 불신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까지 팽배한 상황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벌어진 사례만 보더라도 일관성을 잃은 정부의 경제정책 혼선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이로 인해 정부의 말을 믿고 따라간 애꿎은 국민들만 큰 피해를 보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세 완화방안만 해도 그렇다. 이 방안은 결코 어느 이익집단의 요구나 주장에 의해 나온 게 아니라 정부 스스로가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 명분으로 자청해 내놓은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경제활성화 지원 세제개편안’을 보면 당시 정부는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조치를 대폭 완화하겠다면서 “3월 16일 이후 양도분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 당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소급 적용에는 우려를 표명했었다. 원칙에도 맞지 않거니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의 혼란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정책 당국의 큰 소리와는 달리 현실은 우려한 대로였다. 지난 15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방안은 국회가 반대할 경우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당초 발표 때 ‘당정협의를 거쳐 대책을 발표한 만큼 시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던 큰 소리가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냉정히 따져보면 국회통과에 차질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의 여건이라는 게 때론 돌변할 수도 있는 탓에 당초의 명분이 끝까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소급적용 방침이 불러올 화(禍)나 파장을 가볍게 여긴 점이다. 그런 방침만 아니었어도 그 혼란과 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정부의 말을 믿고 지난달 16일 이후 부동산을 판 사람들의 손실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오히려 정부를 믿고 따른 사람만 피해를 보는 꼴이 된 것이다.


 이번 양도세의 혼선은 집권 세력으로서의 정책 수행 능력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히면서 이명박 정부의 결정적 존재 가치인 ‘경제 살리기’에도 엄청난 훼손으로 작용할 우려가 짙다. 이는 정책 발표 이전 단계에 당정의 거듭된 협의와 조율을 거친 사안이 여당 내부의 반발로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권위와 신뢰의 상실을 집권 세력 스스로 드러낸 탓이기 더욱 그렇다.


 정책, 특히 경제정책의 일관성 결여는 정말 그 폐해가 심각하다. 그런데도 흔히 ‘비일관성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경제정책이란 수단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역사적 경험으로 드러난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 좋은 사례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다보니 투기 수익 환수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경제특구· 지방균형발전 등의 이율배반적인 부양정책을 남발하며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결국 자기모순에 빠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잡지 못하고 경기부양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낸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 역시 정책의 일관성 부재와 혼선에서 비슷한 양상을 띠기 시작하니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일관성 없는 경제정책은 외국인 투자 유치의 차질뿐 아니라 국민들의 심대한 고통까지 수반한다는 사실을 정부와 여당이 새삼 직시하기를 촉구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