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안전불감증, 이쯤 되면 불치병이다
[전문기자 리뷰] 안전불감증, 이쯤 되면 불치병이다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6.02.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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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사태, 6년 전 김포공항 폐쇄의 확대판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지난 한 주 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제주공항’이다. 항공기 이용객이 가장 붐비는 주말에 공항 폐쇄라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인 상황이 펼쳐진 탓.

문제는 이 기간에 나타난 관계당국의 대응이다. 순식간에 발생한 제주공항발 난민 8만명을 그 누구도 보듬어주지 못했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한 매뉴얼과 훈련, 그리고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관계당국이 제주공항 사태를 미연에 막을 기회는 분명 있었다. 대다수의 기억에서 지워졌을 6년 전 이 무렵에 발생한 서울 김포공항 활주로 폐쇄가 그 기회였다.

2010년 1월 초 수도권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김포공항에 항공기 이착륙이 9년 만에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됐다. 당시에 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항공기 약 200여편이 결항된 것. 기자가 탑승하려 했던 오전 8시 40분 무렵의 김포발 하네다행 대한항공 여객기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항공사는 대체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나리타행’ 탑승을 권했다. 다만 이동은 승객이 알아서 가야하며, 탑승도 도착순서대로 대기(Stand-by) 명단에 오른다는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제주공항 내 저비용항공사 창구와 흡사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 급한 사정 있어 지금 바로 출국해야 한다는 읍소부터 분통을 참지 못하고 항공사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는 승객까지 판박이였다.

이런 상황을 분명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는 인지했을 수밖에 없다. 수천 명에 달하는 승객이 동시에 이동을 하는 상황이 결코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항공사가 별다른 매뉴얼을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항공당국인 국토교통부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제주공항 사태로 극명하게 입증됐다.

이번 제주공항 사태는 6년 전 김포공항 활주로 폐쇄의 확대판이다. 특히 비상사태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는 안전불감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비슷한 사태가 6년 전에 발생했음에도 아무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쯤 되면 관계당국이 걸린 안전불감증은 난치병이 아닌 불치병 수준이다.

국토부는 제주공항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발표를 들은 국민들은 사고 발생 후 연례의식이 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벌써부터 평가 절하한다.

이쯤 되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겠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는데, 눈치 없는 국민이 계속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분명하다. 정부는 불신 정부라 비난하는 국민을 색출하는 데 힘을 쓰기보다 정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