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33>곡돌사신
[안동유의 세상만사]<33>곡돌사신
  • 국토일보
  • 승인 2015.03.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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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곡돌사신

장자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느날 바람이 몹시 부는데 어느 집 굴뚝 옆에 장작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지나던 나그네가 불길이 나무에 옮겨 붙을 수 있으니 옮겨 놓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 집 주인은 별 사람 다 보겠다는 맘으로 시큰둥하게 듣고 무시해 버렸다. 하지만 그 나그네의 말대로 불길이 나무더미에 옮겨 붙었고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집을 태우게 되었다.

이를 본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달려들어 불을 끈 바람에 불길은 잡혔고 큰 손해 없이 재앙을 막게 되었다.

집주인은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고 술을 대접하기로 하였다. 그 중에서도 불을 끄느라 제일 수고하고 열심히 하여 불에 살갗을 그을리고 검정을 뒤집어 쓴 사람을 가장 좋은 자리에 앉히고 극진한 대접을 하였다.

이에 한 사람이 ‘어찌하여 장작을 옮기라고 한 나그네를 상좌에 앉혀 대접하지 않는가?’하고 물었다. 나그네의 말을 들었으면 불도 나지 않았을 터이니 그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하면서.

불은 이런 속성을 지녔다. 번지면 그 결과가 어마어마하게 걷잡을 수 없지만 그 불씨를 밟아 끄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마 나그네의 말대로 장작을 옮기고 불이 안 났더라면 그 주인은 괜히 귀찮은 일 시킨 오지랖 넓은 싱거운 사람 하나쯤으로 치부했을 지도 모른다.

조직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애써 조직을 위해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올 불씨를 충실히 끄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직에선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월급받고 하는 그 사람의 임무로 치부된다. 조직에선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작은 일이 불씨가 되어 커지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있다가 불이 나면 남들이 보이게 화려하게 활약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불이 나도록 방치해 뒀다가 자기의 공을 부각시키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오르내리지 않는 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많은 일들이 이성적 추론에 의해 사고의 예측이 되고 예방이 가능하다.

흔히 하는 시쳇말로 죽어 봐야 지옥을 안다.

프로메테우스가 사람에게 많은 선물을 준 것은 신화학적으로 해석하면 미리 준비하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준비한다는 뜻이다. 쌍둥이 형제는 에피메테우스. 지나고 준비한다는 뜻이다.

작은 일에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지혜를 키워야 하고 그런 조직내의 참일꾼을 대우해 줘야 조직이 발전한다.

모쪼록 경영자들은 조직 내부에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불씨를 미리미리 끄는 일과 그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상을 해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조직 문화는 눈에 보이는 일에만 치중해서 윗사람의 입맛에 맞는 일만 하는 풍조가 조성될 것이다.

그것이 쌓여 나중에 조직을 망치게 되는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공전의 히트를 친 책 제목이기도 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그런 것을 말하는 이론이다.

거창하게 서양 이론을 들이대지 않아도 이미 우리에게도 있는 논리다. 우리 속담에도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