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14>
[안동유의 세상만사] <14>
  • 국토일보
  • 승인 2014.04.25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유 팀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 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선순환

어릴 때 고향 마산은 항구라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관이 있었다. 열악한 시절 세관 운동장은 우리들의 정겨운 놀이터였고 학교 운동장보다 넓어 많은 애 어른들이 모여서 축구를 하고 놀이를 하던 추억의 한 장소이다.

기억은 장소와 결부되는 것이라서 그 근처를 지나면 지금도 그 시절의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닷가의 훈풍을 느끼며 지나다니던 그 곳 입구에 쓰여 있던 글귀가 참 인상적이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커다란 글자로 세관 입구 벽에 이렇게 써 있었다. “엄마 쓰는 밀수품에 아빠 공장 문닫는다.” 7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한참 경제 도약을 위해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쓸 때였다.

막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 5학년이 되어 조금씩 현실과 경제를 이해하기 시작할 무렵 나라는 유신정권의 강력한 소비 억제와 저축 장려, 수입억제와 수출촉진으로 우리 경제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우리가 살려면 수출 밖에 없다는 유신 교육의 애국주의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온 국민이 수출을 위해 힘쓰고 공장을 돌리고 소위 덤핑 수출의 오명을 쓰고도 국민이 국산품을 써 주는 애국심이 바탕이 되어 나라 경제가 움직이던 시절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세월은 흘러서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 나라 경제도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나라 살림은 수출과 내수로 지탱되는 데는 변함없다.

경제의 한 축인 내수가 없인 나라 살림이 지탱되지 못한다. 그 땐 수출이 차지하는 몫이 너무 커서 내수는 아빠 공장이 수출을 잘할 수 있게 덤핑 수출의 수요를 고가로 채워 주는 역할을 했다. 국내선 비싸게 해외선 덤핑…. 하지만 지금은 내수가 비중이 상당해져서 내수 없인 국내 경제도 지탱이 안된다.

‘골목 상권이 죽네, 서민 경제가 죽네’하며 아우성을 치며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안간힘을 쓴다. 다들 대기업 탓이다, 정부 탓이다 한다. 맞겠지.

경제에 책임있는 나라와 대기업이 지원을 하고 배려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기만 할까? 대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이윤을 좇는 것은 같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본질은 이윤추구다.

대기업도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 줄 수 밖에 없다. 내 친척이 장사하고 있는 재래 시장보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마트가 싸게 제품을 제공한다. 고객이 원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시쳇말로 땅파서 장사하는 것 아니다. 어디선가 싼물건을 사 와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부정한 제품을 사오는 것이고 또하나는 납품 단가를 후려 치는 것이다. 납품업자는 부정한 제품을 납품하거나 적자를 보고 납품하거나 할 수 밖에 없다. 그도 또 어디선가 저질 제품이나 절도품 등 부정한 물건이나 남의 피눈물을 흘리게해서 싸게 산 물건을 납품해야 한다.

그런 경제의 고리가 돌고돌아 내가 다니는 공장에 영향을 미치고 월급은 적어지고 그래서 더 싼 물건을 구매해서 가계의 적자를 메꿔야 한다.

어디선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 살림이 편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또다른 별명이 고객을 발명한 사나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에 착취 받던 시절 그는 파격적인 노동조건(휴일과 고임금)으로 자기 직원들을 고객으로 바꿔 놓았다. 그는 단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자동차만 싸게 대량 생산한 것은 아니었다. 소비를 발명한 것이다.

현대 자동차의 직원들이 연말 성과급을 타면 울산 시내가 떠들썩해진다. 소비가 돌고돌아 현대 백화점과 현대 자동차로 돌아 온다.

내가 ‘싸게싸게’라고 외치는 합리적 구매가 엄마의 밀수입 화장품처럼 내 공장을 문닫게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저질 서비스와 저임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복도 추구하기 어렵다.

세월호 사태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슬프게 한다. 그 와중에 세월호의 직원들 월급이 문제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저임금이 안전을 소홀하게 한 원인이란 것이다. 절대적이진 않아도 한 요인이 될 것이다.

싸게 구매한 노동력에서 안전과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싼 제품과 서비스, 노동력의 구매욕구가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다.

세월은 지나 경제는 엄청나게 발전했어도 엄마의 작은 행동이 아빠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앗아갈수 있다는 건 변함없다.

경제도 선순환되어야 하고 이 사회도 모든면에서 선순환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세월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