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평가, 이대로 안 된다
공기업 경영평가, 이대로 안 된다
  • 장정흡 기자
  • 승인 2013.05.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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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경영평가 좋은 점수 받기에 모든 일 다 접어두고 있죠. 매년 반복되는 일입니다.”

어느 공기업 한 관계자의 푸념 섞인 말이다.

매년 3월 정부 산하기관은 경영평가와 감사직무평가를 받는다. 이 기간이면 공기업 관계자들은 초긴장상태 속에서 서류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행여 하위권으로 평가받기라도 한다면 성과급은 물론 기관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대다수의 공기업들이 평가에 대비한 전담부서 상설화나 특별대책팀을 꾸리고 있으며, 심한 경우 외부용역까지 주고 있는 실정이다.

평가준비기간도 평균 2개월여 가량으로 1년 업무 중 20% 가까운 시간을 경영평가에 소비하는 셈이다.

이렇게 단기실적에만 매달리다 보니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기업 본연에 목적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경영평가에는 수익성·사업성을 강조하는 계량지표가 많기 때문이다.

평가기준도 객관적이지 못하다. 정부 산하기관은 각 기관마다 독특한 성격이 있는데 경영평가를 시행하는 기획재정부는 일률적으로 산하기관을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평가 실적이 발표되면 항상 우수한 기관들은 그 자리에서 크게 변동치 않는다. 반대로 평가가 미흡한 기관들은 항상 밑부분을 차지한다.

이젠 평가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대안을 고민할 때다.

이를테면 큰 틀에서 평가지표를 정해주고 각 기관의 자율평가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경영평가를 한 감사가 그 기관을 대표해 정부의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평가를 위한 전담부서가 없어진다.

또한 임원공모 시 후보검증과 역량평가를 강화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공기업 운영에서 매뉴얼화 되다시피 획일만 강조되면 창조를 지향하는 현재 트렌드와도 거리가 멀다. 결국 그 조직은 퇴보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영평가는 공기업들의 경영목표 달성이나 공적 서비스 품질 제고에 기여해왔고, 경쟁을 통한 조직 발전을 이끈 긍정적인 면이 크다. 또 해외에서 벤치마킹 할 만큼 우리의 경영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그에 따른 문제점. 조직은 일을 위해 존재해야지 평가를 위해 존재할 수는 없다.

공기업 경영평가, 이제는 혁신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