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판례<3>
건설부동산 판례<3>
  • 국토일보
  • 승인 2013.03.12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

건설부동산 판례

本報가 건설부동산 관련 업무 수행 중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 해결을 담은 법원 판결 중심의 ‘건설부동산 판례’ 코너를 신설, 매주 게재합니다. 칼럼리스트 정 원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 변호사이자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맹활약 중입니다.
또한 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민사법실무 및 정비사업임원교육과정 강사 등을 역임하는 등 외부 주요활동을 펼치며 건설부동산 전문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 원 변호사 / 법무법인 지평지성 wjeong@jipyong.com

 

■ 부동산에 대한 상사유치권의 성립 요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

저당권 설정돼 있는 상태에서의 상사유치권 설립의 경우
경매절차시 부동산 취득 매수인은 상사유치권으로 대항 불가

“이 건물은 ○○○가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 길을 가다 빈 건물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언급된 ‘유치권’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시계를 수선한 사람이 수선료를 지급받을 때까지 시계를 돌려주지 않을 수 있고, 건물을 시공한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받을 때까지 건물을 점유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유치권입니다.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의 채권이 유치하려고 하는 물건에 관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계수선업자는 수선료를 지급받은 이상 시계수리를 맡긴 사람에게 별도의 채권(예를 들어 대여금채권)이 있더라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대여금채권은 ‘시계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일반적인 유치권은 민법에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상법에 근거를 둔 유치권도 있습니다(상법 제58조). 보통 상사유치권이라고 부르는데, 민사유치권과 큰 차이는 (i) 채권이 물건에 관하여 생긴 것일 필요가 없다는 점과 (ii) 유치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물건이 반드시 채무자 소유여야 한다는 점 두 가지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시계수리에 관한 예에서 시계 수선을 맡긴 사람이 시계 주인이라면 시계수선업자는 (수선료를 받았더라도) 빌려준 돈을 받을 때까지는 상사유치권에 근거해 시계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바로 상사유치권의 성립요건, 대항범위에 관한 최근의 대법원 판결입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원고는 2004년 7월 A회사로부터 상가 점포를 분양받기로 하고 분양대금 중 1억 3,000만원을 납입한 다음 점포를 인도받았습니다. 한편 A회사는 2006년 9월 피고 저축은행으로부터 75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그 담보로 원고에게 제공한 위 점포를 포함한 상가 건물 전부에 대해 근저당권 등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후 A회사가 대출금채무를 연체하자 경매절차 등을 거쳐 피고 저축은행이 위 점포 등의 소유권을 취득했습니다.

이 사안에서 원고는 A회사가 점포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게 됐으며 그 당시 점포 소유자는 A회사였으므로 상사유치권을 행사해 B저축은행의 점포인도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 2심 모두 원고가 승소했습니다. 상사유치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사유치권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면서 파기환송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

대법원은 “상사유치권이 채무자 소유의 물건에 대해서만 성립한다는 것은, 상사유치권은 그 성립 당시 채무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치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물권”이라는 것이므로 “유치권 성립 당시에 이미 그 목적물에 대하여 제3자가 권리자인 제한물권이 성립돼 있다면, 상사유치권은 그와 같이 제한된 채무자의 소유권에 기초해 성립할 뿐이고, 기존의 제한물권이 확보하고 있는 담보가치를 사후적으로 침탈하지는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 사건 사안처럼 “이미 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에서 채권자의 상사유치권이 성립한 경우, 상사유치권자는 채무자 및 그 이후 채무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거나 제한물권을 설정 받는 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지만, 선행저당권자 또는 선행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매수인에 대해서는 그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상사유치권이 대항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상세히 밝힌 판결로 민사유치권과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의미있는 선례라고 생각합니다.